문턱 낮추고… 체력 키우고… 은행은 변신중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리스크 관리 강화… 우수인재 확보 미래 대비

■ 시중銀 “100년 만의 위기, 100년 만의 기회로”

《‘100년 만의 위기를 100년 만의 기회로 만들자.’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해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그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여전히 어려움의 와중에 있지만 은행들은 새로운 금융질서에서 생존하기 위해 체력 보강에 열중하고 있다. 리스크(위험) 관리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고객서비스 강화, 우수인력 확보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

○ 비용 절감 ‘마른 수건도 쥐어짜기’

은행들이 올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 ‘어디가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투자은행(IB)본부의 인수투자부와 카드사업본부의 카드상품개발부 등 일부 중복 부서를 통폐합했다. 그 대신 내년 본격적 경기침체에 대비해 ‘기업개선지원단’을 신설했다.

우리은행 측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IB 부문은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향후 기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수준이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임원들에게 “위기 극복을 위해 중복 점포의 과감한 통폐합, 경비 절감 등 내부 혁신 방안을 발굴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사 때 직원 간 화환 보내기를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화환을 받으면 불우이웃돕기에 쓰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자산건전성, 유동성 비율 등과 관련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뉴스타트 경영’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 1월에 60여 개 점포를 통폐합해 지점 조직을 슬림화할 예정이다. 소모품 재활용, 문서출력 실명제 등 사무실부터 절약운동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 조직 인력을 최초 5명에서 현재 40명까지 늘리며 이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 “고객에게 사랑받는 은행 만들자”

신한은행은 내년 1월 말까지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및 본부장 전원이 신년 인사를 겸한 대고객 감사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 은행 임원들은 각 영업점을 방문해 거래 고객들을 만나 감사 편지를 전달하고 애로사항을 들을 예정이다.

신상훈 행장은 대고객 감사 메시지에서 “모든 서비스와 시스템을 혁신해 더욱 신뢰받는 은행이 되겠고, 겸손한 자세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이종휘 은행장은 최근 전국의 지점장들에게 “고객과 대출 상담을 하면서 유동성 부족,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 구차한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은행은 특히 중소기업 고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와 1500억 원, STX와 10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상생협력 펀드도 조성했다.

○ “인력개발만큼은 돈 안 아껴”

은행들은 각종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인력개발 예산만큼은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은행의 경쟁력은 결국 인력의 수준에서 결정 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12월 초 미국 현지에서 경영학석사(MBA) 인력 채용을 실시했다. 미국 현지 채용 시장이 좋지 않아 명문 MBA를 졸업한 우수한 지원자가 120여 명이나 몰렸다는 후문. 하나은행은 이 가운데 10명 이내를 뽑아 자금, 리스크관리 부서 등의 핵심 인재로 키울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신입행원 2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최근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청년인턴 760명을 선발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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