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단순한’ 제품이 불황에 강하다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닌텐도 ‘위’ 수년째 매출 꾸준

소형캠코더 ‘플립’도 탄탄대로

조작 쉽고 가격 저렴한게 특징

침체기 상품트렌드 관련 주목

‘리세션 프루프(recession-proof).’

악화일로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기업들이 눈을 부릅뜨고 찾고 있는 제품군이다. ‘불황에도 끄떡없는’ ‘혹은 불황을 견뎌내는 내성이 강한’ 등으로 해석되는 이 형용사는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생존을 위한 키워드로 통한다.

해외 언론이나 시장조사기관들은 최근 불황기에 오히려 인기 있는 제품을 소개하고 이런 아이템들의 특징을 분석한 자료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단기적인 불황 대응책이 아니라 향후 소비 패턴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 단순하거나 싸거나

요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게임기의 약진이다. 적은 돈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 세계로 인도해 주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불황에 강한 상품으로 분류된다.

닌텐도의 ‘위(wii)’는 이 중에서도 단연 스타 상품이다. 출시된 후 2년간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대가 팔려 나가는 위력을 발휘했고 경기침체 속에서도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게임시장 조사업체 NDP에 따르면 이에 힘입어 미국 내 10월 게임 매출은 6억9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나 올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1일 위를 대표적인 불황 극복 상품으로 꼽으면서 ‘단순함’과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성공 요인으로 들었다. 다른 비디오 게임에 비해 현란한 화면이나 음향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다는 것. 게임 진행 방식이 간단하고 온 가족이 값싸게 주말 저녁을 보낼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가 구매 결정에 힘을 보탠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형 디지털카메라 크기의 초소형 캠코더 ‘플립’도 비슷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130달러라는 가격도 매력적이지만 줌 기능이나 뷰파인더조차 옵션으로 분류될 정도로 제품 디자인이 단순해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플립은 2007년 시장에 나온 후 지금까지 150만 개가 팔렸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제조업체인 퓨어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최근 5년간 매출이 무려 400배 이상 증가했다.

애플의 ‘아이폰(iPhone)’을 자사 오디오 제품의 리모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소노스의 음향 시스템 등도 리세션 프루프 상품의 대표적 사례다. 비교적 소비에 적극적인 젊은이들이 주 사용자라는 점도 일조한다.

○ 불황 극복 아이디어 만발

기업들은 이런 효자상품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제품 수준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계속 진행 중이다.

컨설팅회사나 홍보업체들은 ‘불황을 이기는 아이디어’ 상품이나 서비스, 마케팅 기법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온라인 경영 컨설팅업체 e프로모는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는 직장인이 늘면서 도시락 상자 매출이 늘어나고, 물이나 커피 같은 음료를 담아가는 텀블러와 음료 용기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 방식을 불황에 맞춰 바꾸려는 시도도 늘었다. 홍보비용이 거의 없는 e메일 캠페인을 활용한다든지, 소액만 추가로 내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주겠다고 구매 현장에서 제안하는 ‘업-셀링(up-selling)’ 방식이 인기다. 싸게 산다고 느껴지도록 하는 쿠폰 발행, 경품과 사은품 역시 불황기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효과적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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