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 활성화 10년 현주소는…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月평균수입 1875만원… 소상공인 10배

고용창출력 기업의 3배 ‘21세기형 사업 모델’

별도 관리부서 없어… 정부, 단계적 지원해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경원(53) 씨는 2년 전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는 법인인 ‘미니타이어’를 설립했다. 기존 제품에서 불편한 점을 고쳐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그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8 대한민국창업대전에 ‘책갈피 겸용 독서대’를 선보였다. 시제품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조만간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 씨와 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업자들을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라고 부른다. 종업원은 5명 미만이고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소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자와 퇴직자가 대량 발생하면서 크게 늘었다. 약 10년 동안 소호 사업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중소기업연구원이 608개 소호 사업자를 대상으로 ‘소호 사업 실태 파악’을 한 뒤 분석을 거쳐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이 78.0%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39.0%)와 30대(34.5%)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업 분야는 30여 개. ‘아이디어 상품의 제조업’이 200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터넷 쇼핑몰’(124개), ‘컴퓨터 관련 사업’(85개) 등의 순이었다.

중기연구원은 “소호는 소규모 사무실이나 자택을 사업장으로 하고 인터넷을 주로 활용한다”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소위 ‘블루오션(경쟁 없는 대안시장)’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유통서비스업 기준)도 종업원 5명 미만이란 분류에선 소호와 같지만 주로 음식 및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생계형 창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중기연구원에 따르면 소호 사업자의 창업 준비기간은 14.1개월로 8개월인 소상공인(2007년 소상공인진흥원 조사 기준)보다 길었다. 소호 사업자의 90%는 창업 이전에 직장 또는 개인사업 경험이 있었다. 사회경험이 있고 창업 준비기간이 긴 만큼 성공률이 높다는 게 중기연구원의 해석이다.

실제 소호 사업자의 월평균 수입은 1875만 원으로 소상공인(181만 원)보다 훨씬 높았다.

소호는 고용창출 능력도 뛰어나다. 미니타이어의 박 사장은 “현재는 혼자 일하고 있지만 상품화가 본격화되면 영업과 마케팅 등을 담당할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선화 중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호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고용증가율보다 3배 정도 높은 고용창출능력을 가지고 있는 21세기형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중소기업청 등이 각각 특성에 맞춰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소호’를 따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창업 지원대상 중 소호 사업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사업별 특성에 맞도록 단계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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