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對美수출량 90% 내년 현지생산… ‘급제동’ 없을듯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 국내업계, 美 추가협상 움직임 예의주시

대형차-픽업트럭 관세철폐 연기땐

시장 확대-고급차 도약 전략 큰 차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진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분야 추가 협상 요구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대미(對美) 수출에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 장벽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판매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차와 신규 진출을 검토 중인 픽업트럭 부문은 일부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의 자국(自國) 자동차 산업 보호에 대한 우려로 1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자동차 관련주가 대부분 하락했다. 현대자동차는 5.69%, 기아자동차는 4.46% 떨어졌다.

○ 작년 美 수출물량 66만7999대

한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는 미국 앨라배마 주에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내년 하반기(7∼12월) 조지아 주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두 공장을 합치면 연산 60만 대 규모로 한국 자동차 업계 전체가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물량 66만7999대의 89.8%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자동차 업계의 대미 수출량 중에는 미국 GM 계열인 GM대우자동차가 수출한 10만 대가 포함돼 있다”며 “극단적으로 미국 수출 길이 막히더라도 현지 공장 생산 물량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중·소형차 생산을 대부분 해외에서 하는 것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호재(好材)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1990년대 이후 미국 내에서 소형차 생산을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한국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역수입해 왔다. GM대우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이 이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에 대해 관세 철폐 시기를 늦출 경우 오히려 자국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만큼 중·소형차 생산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는 추가 협상을 하더라도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대형차-픽업트럭 부문 피해 예상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에서 배기량이 최고 4.6L에 이르는 대형 세단 ‘제네시스’를 발표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자동차 추가 협상을 통해 ‘3.0L 초과 대형차는 수입 관세 2.5%를 3년 후에 철폐한다’는 조항을 고치겠다고 나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 차 업계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형차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철폐 시기를 늦추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던 현대차의 계획도 그만큼 연기가 불가피하다. 또 장기적으로 픽업트럭을 개발해 미국 시장에 투입하려던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로 현재 25%인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가 10년 후 철폐되리라고 기대하던 국내 자동차 업계로서는 추가 협상으로 관세 부과 기간이 연장되면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수입 미국차 소형모델 드물어

추가협상해도 판매증가 한계▼

59개 美수입모델 중 연비 1등급은 1종뿐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분야 추가 협상을 요구하더라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진출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자동차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차의 품질과 디자인이 최근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차가 유럽 및 일본차와 달리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디젤 모델과 소형차가 부족한 반면에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형 가솔린차량 중심이어서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불리한 점이다. 실제로 미국 브랜드가 수입하는 59개 모델 중 연비 1등급 모델은 크라이슬러 ‘세브링 디젤’ 하나뿐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유럽 브랜드는 연비 3등급 이하의 대형차도 많지만 연비 1, 2등급인 2.0L 디젤 모델과 소형차 등 다양한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일본차도 하이브리드와 1.8∼2.0L 준중형 모델을 갖추고 있어 미국 브랜드보다 선택권에서 우위에 있다.

또 크라이슬러 ‘300C’와 포드 ‘몬데오’ 등 미국 브랜드 가운데 한국에서 비교적 인기 높은 모델은 상당수가 유럽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한미 FTA와 상관이 없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차는 이미 가격을 많이 낮췄기 때문에 8% 관세가 폐지되더라도 가격 인하폭은 생각보다 낮을 것”이라며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눈이 높은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팔리는 미국차는 동급 한국차와 가격이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판매는 저조한 편이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5만381대 가운데 미국산 차는 5690대로 11.3%에 불과하다.

브랜드별로는 이 기간에 3175대(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6.30%)를 팔아 미국 ‘빅3’ 중 1위를 차지한 크라이슬러는 국내 수입차 시장 전체로는 7위에 그쳤다. 포드도 2019대(4.01%)를 팔아 9위에 머물렀다. GM은 ‘캐딜락’ 브랜드를 들여와 팔고 있지만 같은 기간 판매대수는 496대(0.98%)로 14위다.

수입차 시장 1위부터 6위까지는 모두 일본이나 독일차가 차지했다. 특히 일본차가 크게 약진했다. 2004년 국내에 처음 진출한 혼다는 올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20.35%로 1위, 렉서스는 9.69%로 4위, 인피니티는 5.19%로 8위였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차량 중 수입차의 비중은 2003년 1.91%에서 올해 9월 6.39%로 급증했다. 하지만 미국차가 수입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28%에서 11.3%로 떨어져 경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와 혼다, 인피니티 등 일본차의 판매가 급증한 반면 미국차의 판매 증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시장의 구조를 감안할 때 버락 오바마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으로 도와준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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