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복잡한 상황 단순화시켜라…불확실성 시대 경영전략

  • 입력 2008년 11월 8일 03시 01분


‘불확실성’ 자체를 常數化

불가피한 요소로 파악해야

핵심역량 강화에 집중

대응 인력 육성 매우 중요

포트폴리오 급변경 위험

조직 설계 행동지침도 간명하게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많은 기업이 전략 수립 과정에서 애로를 겪고 있다.

경영전문가들은 상황이 불투명할수록 더욱 단순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복잡한 계획을 수립하기보다 쉬우면서 단순한 경영 원칙을 세우고 실행을 중시해야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최초의 고품격 경영 매거진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1호(11월 15일자)에 실린 ‘불확실성하에서의 경영(Management Under Uncertainty)’이란 스페셜 리포트의 핵심 내용을 간추린다.》

○ 불확실성 인정하고 단순하게 대처해야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환율과 원자재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주요 거시경제 변수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경영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영자가 불안해하면 참모들은 물론이고 조직 전체가 동요할 수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려면 경영자들이 불확실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단순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욱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불확실성은 이제 기업 경영의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됐다”고 지적했다. 백풍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불확실한 상황은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경영의 불가피한 요소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작성하라고 권했다.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예측해보는 경영기법인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하면 아주 복잡해 보이는 상황도 의외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해 짜놓은 포트폴리오를 함부로 버릴 경우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위원은 “주식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다가도 주가가 폭락할 경우 가장 안전해 보이는 한두 종목에 자산을 몰아넣는 극단적 선택을 해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도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이나 외화 자산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수록 고정자산 투자가 줄어들고 외환 리스크가 커져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계획보다는 실행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상황이 불투명해졌다고 목표나 계획을 자주 바꾸거나 더 복잡하게 만들 경우 실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어떤 기업은 수많은 경영 변수를 모두 관리하겠다며 복잡한 목표를 세운다”며 “하지만 이럴 경우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장에서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나치게 많은 변수를 고려하는 것은 무거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며 “무거운 지팡이 때문에 역량을 모두 소진해 정작 중요한 일에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 위원도 “일단 실행한 후 계획을 수정한다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지만 실행하기도 전에 계획부터 바꾸면 영원히 제자리에서 머물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핵심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조직 내 불확실성도 통제해야

전문가들은 조직 자체가 또 다른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4명이 모인 팀에서 두 명, 세 명씩의 관계 및 이들의 상호작용을 생각해보면 20가지 이상의 조합이 가능해진다”며 “각 팀원의 타인에 대한 밀착도가 매 순간 바뀌고 정보의 유통 경로나 의사결정 양상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조직 자체가 중대한 불확실성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조직의 불확실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규칙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나침반이나 항법장치 없이도 놀라운 편대비행을 하는 철새의 사례를 제시했다. 철새가 이런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새들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되고 △이웃의 행태를 모방하며 △가능한 한 무리의 중심을 지향하고 △분명한 조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네 가지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컴퓨터로 실험을 해보니 이 네 가지 원칙을 적용하면 철새 무리와 같은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기술 혁신과 글로벌화에 따라 기능별 상품별 지역별 등으로 조직이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며 “조직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철새 무리처럼 목표를 명료하게 규정하고 조직 설계와 행동지침도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내 상호작용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모든 부서가 완벽하게 상호작용 하는 중앙집권적 조직은 효율성은 높지만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 반면 각 부서가 전혀 상호작용할 필요가 없도록 철저하게 권한을 하부로 위임한 조직은 유연성은 높지만 실무 부서에서 조직 전체의 이해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극단적 중앙집권형과 권한위임형 조직의 중간 수준에서 부서 간 상호작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속칭 ‘찍찍이’로 불리면서 최근 경영계에서 각광을 받는 벨크로(Velcro) 조직에서는 한 매니저가 특정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으면서 동시에 다른 프로젝트의 팀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구성원이나 팀을 마치 가방이나 옷의 ‘찍찍이’처럼 다른 곳에 붙일 수 있도록 만들면 유연성이 높아져 부서 간 상호작용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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