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5번째 ‘죽음의 계곡’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1989년 1000 첫 돌파후 환란 등 거치며 등락 반복

지난달부터 주식형펀드서 자금 순유출

“대량환매 펀드런 사태 오나” 조마조마

1980년 이후 한국 증시는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를 합쳐 크게 다섯 차례 ‘죽음의 계곡’을 경험했다.

1980년대에는 ‘3저(低) 호황(저달러 저금리 저유가)으로 주가도 계속 상승해 1989년 3월 31일 코스피(1,003.31)는 사상 처음으로 1,000 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3저 호황도 막을 내리면서 세계 경기가 침체됐다. 무역수지 등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코스피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부가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일산과 분당 등 신도시를 만들고 주택 200만 호 건설에 나섰지만 주가는 계속 하강했고, 1992년 8월 21일 바닥(459.07)을 찍었다. 빌린 돈보다 보유주식의 평가가치가 더 낮은 이른바 ‘깡통계좌’라는 말이 나온 것도 1990년 무렵이었다.

코스피가 1,000 선을 회복한 것은 25개월 후인 1994년 9월 16일(1,000.80)이었다.

하지만 고점을 찍은 후 경상수지 적자와 고금리 등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주가는 서서히 하락했다. 더욱이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코스피는 급락했고 약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미끄러져 1998년 9월 200 선대로 추락했다.

우량 기업들의 주가마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자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외국인은 1998년 한 해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5조7000여억 원어치를 순매입하는 등 헐값이 된 국내 주식을 쓸어 담았다”며 “당시 주가가 저점을 찍은 후 급등한 데는 외국인의 매입세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버블이 일면서 1999년 7월 7일 코스피(1,005.98)는 세 번째로 1,000 선을 돌파한다. 그러나 IT 버블이 붕괴되며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대우채 사태마저 부각되면서 코스피는 추락했다. 2001년 9월에는 9·11테러까지 터지면서 400 선대로 폭락했다.

주가가 빠르게 회복돼 2002년 4월 900 선을 넘으며 두 배로 뛸 무렵 ‘카드사태’가 터졌다. 네 번째 죽음의 계곡이었다. 주가는 급락했고 2003년 3월 500 선대로 주저앉았다.

이후 증시는 상승을 거듭했다. 2005년 2월 코스피는 네 번째로 1,000을 넘어섰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두로 적립식펀드를 통한 투자가 확산되면서 증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됐다.

2007년 7월 25일(2,004.22) 마침내 코스피는 2,000 선을 돌파했다. 한 달 뒤인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았지만, 주가는 곧바로 회복돼 10월 다시 2,000 선을 넘었고, 31일(2,064.85)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주식과 펀드로 각종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국이 투자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코스피는 추락을 거듭해 이달 24일 1,000 선마저 붕괴되며 ‘펀드런(펀드의 대량 환매)’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는 국내 및 해외주식형펀드에 들어온 자금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다. 순유출된 자금은 9월 3773억 원에서 이달 들어 23일까지는 6891억 원으로 급증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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