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거번먼트삭스”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폴슨 재무 비롯 ‘골드만삭스 사단’ 백악관-FRB 등 요직 포진

AIG 구제금융 주면서 CEO도 임명

금융계 “골드만삭스 이익 우선” 우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이제는 ‘거번먼트삭스(Govern-ment Sachs)’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들이 급부상하면서 미국 월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다. ‘거번먼트’는 영어로 ‘정부’를 뜻한다.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을 필두로 ‘골드만삭스 군단’이 백악관,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해 미국 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말이다.

‘거번먼트삭스’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폴슨 장관이 6일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인 닐 캐시카리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에게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 운용을 맡긴 것이었다.

캐시카리 차관보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다 2006년 7월 폴슨 장관에 의해 재무부 차관보로 기용된 인물이다. 골드만삭스 샌프란시스코지사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인터넷 보안기업 창업자문 역할을 했던 그가 대규모 공적자금 운용 업무를 맡게 되자 일각에선 “적절치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구나 그의 나이는 만 35세에 불과하다.

재무부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골드만삭스 이사 출신인 에드워드 리디를 임명하기도 했다.

폴슨 장관은 또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재무부 안팎의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A팀’의 자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들은 백악관, FRB 등에도 포진해 있다. 조슈아 볼턴 대통령비서실장이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이며, 스티븐 프리드먼 뉴욕연방준비은행 의장은 골드만삭스 회장을 지냈다.

뉴욕타임스는 19일 골드만삭스가 금융계와 정계에서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직원들이 공공 분야에서 리더 역할을 맡도록 독려하는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내부에서는 아무리 민간 분야에서 성공해도 정계나 공직 등에서 필요한 경력을 쌓기 전에는 골드만삭스의 ‘핵심 스타 인력’이 아니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외부의 금융계 인사들이나 전문가들은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들이 골드만삭스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다”며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골드만삭스 출신들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개인적인 이익이나 가정생활까지 포기하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인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