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글로벌 불황… 시간이 약이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2시 56분


《미국 정부가 강력한 ‘전기충격 요법’을 써서 멈추기 직전이던 금융시장의 심장을 일단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환자가 제 발로 걸어 나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누적된 부실채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글로벌 경제도 악화 일로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국내 증시나 외환시장이 보여준 ‘폭력시위’에 가까운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이미 공포권역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이맘때는 ‘어느 기업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 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이 평가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장에서 ‘무리한 부채를 끌어다 M&A 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며 해당 종목들이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심지어 기업이 소액의 유상증자 공시를 해도 시장에서는 ‘자금 사정이 어렵구나’라고 단정해 주가가 곤두박질친다. 이뿐만 아니라 호재로 받아들여야 할 원자재 가격 하락조차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심각하다’는 식으로 해석돼 증시가 다시 폭락할 정도로 불안감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당국자나 시장 참여자 모두 경제와 증시가 정상화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5년 호황 끝에 오는 조정이기 때문에 최소 1∼2년의 침체기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전체 글로벌 시장이 불황을 합창하는 마당에 우리만 용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신나게 달리던 자전거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려고 비틀거릴 때에는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야 그나마 무릎만 까지고 말지, 안 넘어지겠다고 반대로 꺾으면 그야말로 ‘골’로 갈 수 있다.

어차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로 지역에서 훈풍이 불어야 몸이라도 녹이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이럴 때 최선의 방책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일이다.

보트 전복 사고의 90%는 승선자가 파도에 겁먹어 한곳으로 몰릴 때 발생한다. 최근 이와 비슷한 일부 투자자들의 행태로 정말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바로 그 순간 태평양 건너 미국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를 면했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시장의 지나친 냄비 현상도 안타깝지만 이렇게 불안한 시장에 신뢰와 평화를 줄 수 있는 ‘큰 바위 얼굴’이 없다는 사실에 추석 대목이 스산하기만 하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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