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순익 150억 회사 “시장 불투명” 석연찮은 매각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 휴켐스 매각 특혜 의혹

검찰이 농협의 자회사였던 ㈜휴켐스의 매각 과정에 의혹이 있었다는 진정서를 접수해 수사 중인 사실이 19일 알려지면서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된 휴켐스 매각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크게 두 가지 의혹이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 농협이 휴켐스를 매각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휴켐스는 원래 국내 최대 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에서 독립한 회사였고 독과점 판매회사였다. 2006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이 3000억 원, 당시 순이익이 150억여 원에 이를 정도로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농협은 같은 해 3월 이사회를 통해 “농협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미래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매각을 결정했다.

모기업이나 다름없는 남해화학과 함께 매각하는 것이 더 낫다는 재계 일각의 의견에도 농협이 휴켐스만 분리 매각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200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농협 측은 “정밀화학이나 친환경농업, 바이오산업 등은 미래지향적인데 알맹이가 있는 자회사 휴켐스를 매각한 이유가 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정밀화학 분야는 직접 농민과 관계가 없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전망도 그렇게 밝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두 번째는 농협이 휴켐스를 태광실업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 가격을 낮춘 데 따른 의혹이다.

농협 이사회의 휴켐스 매각 결정 이후 태광실업 등 4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같은 해 6월 농협은 휴켐스 주식 46%를 1777억 원에 태광실업에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 300억 원가량이 깎였다.

농협은 1차 매각 대상자 협상과정에서 태광실업은 “매각 대금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며 농협 측에 MOU 해지를 통보했다.

농협은 이때 매각 대금을 177억 원 낮췄다. 또한 휴켐스 노조의 반대로 실사가 지연되자 리스크 비용을 이유로 추가로 127억 원을 할인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4개 업체 가운데 태광실업은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냈지만 최종 매입 가격은 2위 업체보다 70억 원 정도 낮았다.

최근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농협사랑지킴이는 “헐값 매각 과정에 로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감 당시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까운 사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휴켐스의 정모 전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농협이 휴켐스 매각 당시 모든 입찰 업체에 10%의 매각 대금 할인을 약속했으며 이후 주식 매입 대금 일부를 떠안고 노조의 반대로 실사가 지연되자 농협 측이 추가로 할인을 해줬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입찰 2위 업체가 써낸 가격보다 70억 원 정도 낮은 가격에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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