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하차… 대우조선 인수 3파전으로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3분


두산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인수전은 포스코, GS, 한화그룹의 3파전 구도로 좁혀지게 됐다.

두산그룹은 18일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기존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두산이 대우조선 인수 포기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을 기업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왔던 두산은 그동안 사내(社內)에 전담팀까지 설치하며 인수전에 대비해 왔다. 특히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최근 “대우조선은 상당히 매력적인 회사이며, 불합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가격을 조율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상당수 재계 관계자는 두산의 대우조선 인수전 중도 하차를 자금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M&A를 성사시키면서 막대한 자금을 썼던 두산으로서는 새로운 인수 자금을 끌어오는 게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가 최근 대기업이 무리한 차입을 통해 M&A를 하려는 움직임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두산으로선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이날 대우조선 인수 의사를 철회하는 대신 굴절식 덤프트럭 전문 생산업체인 노르웨이의 목시엔지니어링을 5500만 유로(약 853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조선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모험’보다는 건설 중장비나 엔진 등 기존 핵심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트럭업체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누리겠다는 ‘안정’을 선택한 셈.

김동철 두산인프라코어 전무는 “목시는 굴절식 덤프트럭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영국에 각각 판매법인과 연구개발센터를 갖고 있고, 유럽 및 북미 지역에 61개에 이르는 딜러망을 보유하고 있어 두산의 기존 사업과 연계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대열에서 이탈함에 따라 향후 인수전은 포스코, GS, 한화그룹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최근 노르웨이 조선사 아커야즈 경영권 장악을 위해 6600억 원을 들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게 된 만큼 대우조선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사내 유보금이 있는 포스코, 건설 및 정유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는 GS, 대우조선을 그룹 내 주력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한화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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