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한국’ 흑자구조 지각변동… ‘美-中 의존시대’ 간다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올해 한국의 연간 무역수지가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과 미국에 의존했던 전통적인 무역수지 흑자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대신 러시아 등 신흥 개발도상국과 국내 대기업 공장이 가동되는 베트남과 폴란드 등이 새로운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무역에서 적자를 많이 보는 나라로는 부품 소재 수입이 많은 일본과 원유(原油) 수입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부동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1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과 공동으로 1999년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10년간 한국의 20대 무역 흑자국 및 적자국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 흔들리는 전통적 흑자구조

올해 상반기 한국의 흑자국 순위를 보면 1위는 중국, 2위는 홍콩(중국과 별도 집계), 3위는 싱가포르, 4위는 멕시코, 5위는 미국이었다.

중국은 한국의 제1투자국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중간재 수출액이 많고, 홍콩은 중국과 가까워 홍콩을 거쳐 중국에 수출되는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6년 연속 한국의 흑자국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중(對中) 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05년(232억7000만 달러)을 정점으로 2006년 209억300만 달러, 2007년 189억5700만 달러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국제무역연구원 측은 “베이징(北京)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하강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에도 대중 무역수지 흑자 폭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에서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20.1%에서 2001년 52.3%, 2003년 88.0%, 2005년 100.4%, 2007년 129.5% 등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도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 ‘중국=무역수지 흑자의 안전판’ 기능을 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상당수 선진국들은 무역수지 흑자국 순위가 떨어졌다.

미국은 2001, 2002년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국 1위였지만 2003∼2007년 3위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5위로 내려갔다. 한국의 흑자국 순위에서 영국은 1999년 5위에서 올해 상반기 13위로, 같은 기간 스페인은 10위에서 14위로 하락했다.

○ 한국의 새로운 흑자국으로 떠오른 나라들

‘석유제품의 허브(hub)’인 싱가포르는 1999년 6위 흑자국에서 올해 상반기엔 3위 흑자국으로 올라섰다.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1999년에는 2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각각 16, 17위 흑자국에 진입했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와 브라질에 대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6%와 271.7%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폴란드 슬로바키아는 ‘국내 대기업 진출 효과’로 흑자국 순위가 상승했다.

베트남은 1999년 11위에서 올해 상반기 6위로 5계단 올랐고, 같은 기간 폴란드는 13위에서 7위로, 슬로바키아는 20위권 밖에서 12위로 올랐다.

이는 폴란드에 LG전자와 SK케미칼 공장, 슬로바키아에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공장, 베트남에 포스코와 두산중공업 등의 공장이 진출해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한국의 원자재 부품 수출이 늘었고, 이는 무역수지 확대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20대 흑자국 중 파나마(10위), 마셜제도(11위), 바하마(18위), 라이베리아(19위)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 국가는 대표적인 조세 회피국으로 유럽계 선주(船主)들이 한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할 때 세금을 절감하기 위해 조세 회피국에서 선박을 인도받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대일 무역적자는 갈수록 심화

대일 무역역조 현상과 자원 빈국인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원 보유국으로부터 자원을 대량 수입하는 적자구조는 변화가 없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국 1위는 단연 일본. 일본은 이번 분석 대상 기간 내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국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 상반기 대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70억3600만 달러로 1999년 같은 기간 대일 무역수지 적자 37억2400만 달러의 4.6배로 증가했다. 한국의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는 부품 소재 산업 취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에 이어 올해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순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컸다. 1999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순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컸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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