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토종자본 설설 기는 외국펀드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최근 국내 금융자본이 서울의 사무용 빌딩 시장을 주도하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차입을 통해 투자를 해오던 외국계 단기 자본들은 국내에서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 비해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국민연금 등의 투자 여력은 상대적으로 많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대형 사무용 빌딩 매입에 부쩍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서울 중구 순화동의 ING타워를 비롯해 서울시티타워 등을 독일계 회사인 TMW 등을 비롯한 외국계 회사로부터 잇달아 매입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빌딩 매입 경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05년 초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SK 사옥을 300여억 원 차이로 메릴린치에, 2007년에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의 대우센터빌딩을 1000여억 원 차이로 모건스탠리에 넘겨주어야 했다.》

국민연금 등 대형빌딩 매입 잇달아 성공

외국계는 금리 높아져 자금 조달 어려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김희석 실장은 “최근 단기 자본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빌딩 매각 입찰에 외국계 회사들의 참여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 국내 투자자들이 큰손으로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단기펀드의 국내 빌딩 투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부동산 자산관리업체인 알투코리아투자자문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총 2056개 사무용 빌딩 중 외국계 자본의 소유 비중은 1999년 당시에는 2.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는 9.4%로 늘었다. 서울시내 대형 사무용 빌딩 10개 중 하나는 외국계 소유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와 시장 주도권을 다투게 됐다.

유럽계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간 12%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외국계 펀드로서는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필수지만 최근 국내 금리가 6% 이상 올라간 데다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외국에서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연기금이나 장기펀드는 임대수익률이 금리 수준만 돼도 투자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무용 빌딩 등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05년 말 2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1조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KB역삼빌딩, 삼화빌딩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7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미래에셋 맵스자산운용도 최근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인 한솔빌딩을 푸르덴셜그룹의 부동산투자사인 ‘프라메리카’로부터 약 4300억 원에 매입했다.

이미 메릴린치 아시아부동산펀드에 500여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 군인공제회도 최근 부동산개발회사인 AMM자산개발에 300억 원을 투자하면서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 개발사업에 직업 뛰어드는 금융자본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의 오피스 시장은 연간 5, 6%의 임대료 수익과 4, 5년 뒤 매각하면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빌딩의 공실(空室)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 덕분이다.

주요 사무용 빌딩에 대한 장기 투자자들이 늘다 보니 매물이 줄어 국내와 외국계 투자자 모두 직접 개발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미국 AIG와 영국계 스카이랜이 각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중소기업전시장과 통일교 주차장 자리에 1조∼1조5000억 원을 투자받아 초대형 사무용 빌딩을 짓는 게 대표적이다. 미래에셋 맵스자산운용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옆에 메릴린치와 공동투자해서 초대형 빌딩 건립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 맵스자산운용 부동산2본부의 이재길 본부장은 “상품성과 환금성이 있는 주요 사무용 빌딩은 국내에 20∼30여 개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투자자들이 매입 외에 도심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직접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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