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25일째 한국주식 7조원 순매도 ‘Sell Korea’ 왜?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정치 상황도 불안하다.”

최근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셀 코리아(Sell Korea)’의 이유를 묻는 동아일보 취재진에 이같이 답변했다. 올해 초 외국인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현금 확보를 위해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 치웠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라는 현상은 같지만 이번 셀 코리아는 한국의 펀더멘털이 좋아지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7조53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금액을 뺀 것)해 25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장 기간이다.

○ 정치적 불안감… 낮아진 투자매력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투자위험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유가 고공 행진,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을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한 헤지펀드 주식운용본부장은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 같고, 쇠고기 시위와 환율 문제 등에 대한 현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최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강재준 리서치본부장은 “한국은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해 고유가 영향에 취약한 구조”라며 “또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실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대형 뮤추얼펀드도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춘 곳이 많았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이머징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 5월 14.3%에서 지난달 13.8%로 0.5%포인트 낮췄다.

김성복 JP모간자산운용 주식운용담당 이사는 “올 초에 비해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최근에 낮아졌다”며 “경제 정책 방향이 뚜렷하게 서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으로 투자 여건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경제적 상황 못지않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한국의 정치 상황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의 개혁 추진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영연구원이 이달 1∼10일 해외 유명 펀드매니저 23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개혁 추진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안정 회복’(42%)을 꼽았다.

○ 공매도도 한몫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공(空)매도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매도는 대차거래를 통해 빌린 주식을 매도하는 거래다. 즉 한국 경제 및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고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식을 빌려 파는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매도 규모는 지난해 월평균 1조7600억 원에서 올해 3조150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 공매도 매매주체의 89%는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6월 26일∼7월 9일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한 2조2000억 원 중에서 1조2000억 원은 공매도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공매도를 할 경우 외국인의 보유 주식 물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시가총액 비중에는 변화가 없다.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올해 2월 말 기준 30.94%에서 10일 기준 30.4%로 큰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홍콩의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크게 늘면서 단기 매매로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공매도가 늘어났다”며 “그러나 공매도 증가는 주가 하락기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보다는 해외 뮤추얼펀드에서 한국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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