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家社不二… 직원의 가정―육아―복지도 챙겨라”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지난해 여름 전자업계에서는 유럽에서 노경(勞經)협의회를 개최한 LG전자의 노사관계가 한동안 화제였다. LG전자의 노경 대표 24명은 지난해 7월 약 1주일간 영국, 폴란드, 체코 등 유럽 시장을 함께 돌며 글로벌 고객들을 만나고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공유했다. 경영진이 ‘머리’가 돼 전략을 짜 지시하고, 노조는 이를 따르거나 거부하는 단선적 노사관계가 아직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LG전자의 이 같은 실험은 한국의 노사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전자업계, 부모 효도관광―보육시설 등 기 살리기 앞장

○ 비전 공유로 ‘직원 오너십’ 키워

당시 해외 소비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장석춘 LG전자 노조위원장은 “이들이 LG전자 제품을 통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노조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 노조는 올해 4월에도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중국 팍스콘 공장을 방문해 더 나은 노조의 역할을 모색했다. 노조가 회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앞장선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LG전자는 올해 임단협도 19년 연속 무분규로 타결했다.

이 회사의 노사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LG전자는 1987년과 1989년 두 차례에 걸쳐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었다.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결과는 모두에게 막대한 손실로 돌아왔다.

LG전자 노사는 이후 ‘노경협력’을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경영 상황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면서 상호 신뢰를 구축해오고 있다.

고통을 교훈 삼아 성공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것은 하이닉스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하이닉스 노조는 회사가 경영위기에 놓여 있던 2001년 고통을 분담하기로 결의하고 무급휴직과 임금동결, 단체협약 갱신교섭 유보 등에 합의했다.

그 대신 경영진은 노조와 상시적으로 경영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월별, 분기별 경영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는 등 상호 신뢰망 구축에 힘썼다.

접수한 고충에 대해 24시간 이내 답변, 1주일 이내 처리를 원칙으로 운영하는 노경상시협의체도 만들었다. 이같이 탄탄한 노사 공조체제 아래 하이닉스는 2조 원 적자에서 2조 원 흑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훌륭한 일터’가 ‘훌륭한 관계’ 만들어

직장인들에게 ‘회사 비전’만큼이나 중요한 직장 만족도의 기준은 회사를 통한 ‘개인 비전’의 실현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상호발전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인사, 재무, 마케팅, 품질 등 직무별로 1∼2개월 코스의 ‘직능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는가 하면 리더십 개발센터, 글로벌 마케팅연구소, 첨단기술연구소 등 전문교육기관을 통해 업무별 특성에 따른 심화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여성 직원의 업무 환경 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최근 주목받는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한국IBM은 여성 리더의 집중 육성을 위해 핵심 여성인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멘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 업무, 경력 개발 등과 관련해 회사 내 리더 들로부터 개별 코치를 받으며 다양한 업무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또 IBM은 회사 인근 3곳에 직장보육시설 ‘푸르니 어린이집’을 설치해 기혼여성들의 육아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종합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SK C&C는 ‘가족친화경영’을 노사관계의 기조로 삼고, 사내에 어린이집을 비롯해 여성전용 휴게실, 헬스장, 기(氣)수련실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장기 해외출장자 가족들을 초청해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여는가 하면, 직원과 그 가족들이 전국 명소의 콘도와 워터파크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IBM은 매월 ‘시네마 데이’를 지정해 직원과 가족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저녁식사까지 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부모님 효도관광’ 프로그램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는 KTF 관계자는 “직원뿐 아니라 직원의 가정까지 생각하는 ‘가사불이(家社不二)’ 기조가 돈독한 노사관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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