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철강업계 “우리 사전에 분규란 없다”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철강업계는 ‘노사분규 무풍지대(無風地帶)’라고 불린다. 최근 10여 년간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되는 등 노사가 심하게 대립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후 단 한 번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았다. 1987년 ‘6·29선언’ 직후 민주화 열풍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노사분규로 몸살을 겪었을 때도 포스코는 ‘평화’가 유지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근로자 대표 기구인 노경협의회와 사측이 2년 치 임금협상을 한꺼번에 타결했기 때문에 올해는 임금협상이 아예 없다.

재계에서는 이를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기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노사 양측 모두 세계 철강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임금협상 때문에 내부 역량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측은 “일본에서는 주요 철강업체들이 2년 단위로 임협을 하고 미국도 철강이나 자동차회사들이 유효기간 3∼5년인 임협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성숙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포스코 노사가 모두 인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포스코는 최근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총 파업’ 정국에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다른 철강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국제강, 유니온스틸 등 동국제강그룹 계열 5개사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회사 측에 동시에 위임했다.

5개사 노조 대표들은 “어차피 회사별로 4∼14년 연속 무교섭 임단협의 전통이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 측에 일괄 위임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14년, 유니온스틸은 15년, 국제종합기계는 9년, 동국통운은 8년, 유니온코팅은 5년 연속 무교섭 임단협의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전문가들은 철강업계가 노사분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철광석이나 고철을 녹여 제품을 만드는 업종 특성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자칫 노사분규로 용광로나 전기로가 꺼지면 다시 정상화시키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 노사 모두 공멸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철강재가 모든 산업발전의 기초가 되는 소재인 만큼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책임감을 철강업계 노사가 모두 갖고 있다는 점도 노사분규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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