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레이서들 “일반도로는 무서워”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자동차 레이스와 일반도로 주행 중 어느 편이 더 위험할까요. 질문 자체가 어리석다고 느끼시는 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레이스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반도로를 주행할 때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적기 때문입니다.》

레이스를 시작한 지 3개월 된 초보 선수 주제에 레이스가 안전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기자의 강변(强辯)이 아니라 오랫동안 레이스를 해 온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프로급 선수들이 “일반도로에서는 무서워서 못 달리겠더라”고 하는 말을 듣고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개월 동안 서킷을 500바퀴 정도 주행하고 경기에도 3번을 참가하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유는 불확실성과 안전장비의 차이 때문입니다.

레이스는 기본적으로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립니다. 추돌사고와 전복사고는 빈번히 일어나지만 가장 치명적인 마주 오는 차와의 정면 충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추락사고(비포장 랠리경기는 제외)도 없습니다. 사망확률이 가장 높은 두 종류의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것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도로에 비해 사고는 많은 편입니다. 경기장 펜스나 벽과 충돌하기도 하고 전복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15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스피드페스티벌에서 데이비드 매킨타이어 벤틀리 한국지사장이 몰던 ‘클릭’이 다른 차에 받혀 3바퀴나 구르면서 대파됐지만 매킨타이어 지사장은 전혀 다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를 시트에 밀착시켜주는 경기용 안전벨트와 헬멧, 안전공간을 확보해 주는 롤케이지 등이 있기 때문이죠. 선수는 레이싱 시트 속에 파묻혀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된 구조때문에 사고 때 2차 충격의 피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됩니다.

레이스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스피드웨이에서 15년간 수천 건의 경기가 열렸지만 사망사고가 없었다는 점은 레이스가 생각보다는 위험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레이스의 안전원리를 일반도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헬멧과 불편한 레이싱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는 없지만 그 대신 안전벨트를 바짝 당겨 매고, 올바른 운전자세에다 부드럽게 예측 가능한 주행을 한다면 사고확률과 상해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 덕분인지 레이스를 시작한 뒤 기자의 일반도로 평균주행 속도는 떨어졌고 운전도 훨씬 느긋해졌습니다. 추월할 때를 제외하곤 1차로 주행도 하지 않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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