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덕에… 수출업종 웃었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8분


코스피 12월 결산법인 1분기 실적… 전기전자 115% 車-조선 87% 영업이익 증가

1분기(1∼3월)에 국내 제조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업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았다. 반면에 금융 유통 통신 등 내수업종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후유증과 미국의 경기침체, 고(高)유가 등 갖은 악재를 뚫고 제조업체들이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출업체들의 좋은 실적 중 상당 부분은 원화 약세의 덕을 본 것이어서 ‘환율 효과’가 지속되지 않으면 실적이 갑자기 나빠질 우려도 있다.

○ 수출기업은 환율 덕 톡톡히 봐

20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580개사의 1분기 매출액은 209조78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8조3001억 원으로 12.92% 늘었다.

당기 순이익은 13조9030억 원으로 6.61% 줄었다. 영업이익이 늘었는데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제조업체들이 파생상품(통화옵션 등) 거래로 손실을 많이 봤고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상장법인 가운데 제조업체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4조9145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50%나 증가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6.85%에서 올해 7.89%로 좋아졌다. 1000원어치를 팔아 79원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뜻이다.

제조업 영업이익 증가를 주도한 것은 휴대전화를 포함한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을 포함한 운수장비 등의 수출업종이었다. 전기전자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15% 늘었고 운수장비는 87.60%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2조15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07% 늘었다. 현대자동차도 영업이익이 529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60.98% 증가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원화가치는 하락) 영업이익이 3000억 원가량 늘어난다”며 “IT와 자동차 등 수출업종에서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 업종별, 기업별 양극화 여전

수출업종과 달리 내수업종인 금융업은 1분기에 수익성이 악화됐다. 금융업은 순이자마진 축소와 영업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5.85%, 35.07% 감소했다. 통신(―30.61%) 의료정밀(―18.17) 섬유의복(―71.61%) 유통(―1.84%) 등도 순이익이 줄었다.

기업별로는 10대 그룹(63개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19.62%, 84.39%, 43.08%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10대 그룹 외 기업(505개사)은 매출액이 17.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0.87% 증가해 제자리걸음을 했으며 순이익은 오히려 24.61% 줄었다.

그룹별로는 LG그룹의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 28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9131억 원으로 6726.73%나 늘어나 가장 눈에 띄게 성장했다.

코스닥 상장기업(884개사)은 매출액(17조3538억 원)과 영업이익(8887억 원)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63%와 16.38%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거래 손실로 33.98% 감소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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