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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8분


현지 마케팅 다문화경험 인재 필요

예비 글로벌 리더 선발 “해외로 해외로”

박선아(37)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부장의 경쟁력은 든든한 ‘글로벌 인맥’이다. 박 부장은 최근 ‘글로벌 매니저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해 10명의 외국인 동료와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 약 2년간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을 함께 방문하며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 일곱 번에 걸친 국제회의, 이색적인 문화행사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박 부장은 “나라마다 독특한 사업 환경과 문화를 접했다”며 “다양한 법인에서 온 동료와 토론을 벌이며 현지인과의 협업 노하우도 익혔다”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3∼5년차 주니어 직원 가운데 우수한 직원을 선발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가별로 다이내믹한 사업 환경, 문화를 일찌감치 접해 ‘문화지수(CQ)’를 높이자는 취지다.

○ 글로벌 기업은 CQ 키우기 활발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은 CQ가 강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중시하고 있다. 다문화적인 상황을 관리하고 수용하는 CQ를 갖춘 리더가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국제 특송업체 DHL은 2년 전부터 매년 5명 안팎의 예비 글로벌 리더를 선발해 해외 지사에 파견한다. 선발된 직원은 파견된 해외법인장을 밀착해 보필하며 그 지역의 경제 상황과 시장 환경을 파악한다. 이 과정에 참가하려면 해당 국가의 어학능력은 물론 프로그램 수료 뒤 해외에서 근무할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이 회사 한국법인에 2년간 파견된 벨기에 출신 필립 마젤(38) 전무는 “기존에 담당했던 분야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업무를 두루 배울 수 있어 향후 법인장으로 일할 때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도 최근 인재의 CQ 키우기에 나섰다. LG전자는 외국인 임직원과의 문화 차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배우는 ‘글로벌 컬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대모비스는 ‘주재원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북미, 유럽, 중국 등에 파견될 예정인 주재원들은 6주간 합숙하며 외국인 직원과의 협상법, 현지인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법 등을 배운다.

○ 한국기업은 보완할 점 많아

전문가들은 국내 글로벌 기업의 CQ 교육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한다. 해외의 다양한 문화와 기업 환경에 대한 몰이해로 현지 직원과의 마찰이 적지 않다는 것. 웬만한 대기업의 해외법인장에 대부분 한국인 임원이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HR컨설팅회사 휴잇어소시어츠의 박혜영 상무는 “국내 대기업은 주재원 인사와 교육의 연계가 약하다”며 “현지에서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사 전에 체계적으로 주재원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노사팀장은 “유능한 외국인 임원을 고용해도 한국 직원들이 외국인과의 협업 능력이 부족해 소기의 성과를 못 거두는 경우가 있다”며 “어학은 물론 해외 체험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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