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증시회복의 걸림돌 ‘인플레이션’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조짐이 다소 누그러지자 이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세계적 정책 과제로 인식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도 물가안정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은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는데도 이번 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렇게 온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주식투자 입문서에는 “주식이 인플레이션을 보상해 주는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기업의 매출, 수익은 물가 오름세에 연동하기 때문에 주가가 결국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길게 보면’ 그렇다는 뜻이지 당장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는 시점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설명이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주가는 상극이라는 게 정설이고 과거의 사례를 보면 실제로 그랬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이 기업의 수익과 비용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용은 오르지만 판매 가격은 그만큼 올리지 못해 결국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 세계 주가가 폭락한 게 대표적이다.

둘째,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정책 당국이 통화 긴축과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긴축정책이 성공해 결과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고 회복시키는 ‘쓴 약’이 될지라도 바로 지금 시점에서는 ‘쓴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지 않는다면 세계증시는 다시 강세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강세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충분조건’을 갖추려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해소돼야 한다.

지금처럼 유가의 고삐가 풀려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자금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우려했던 것보다 경기지표가 괜찮게 나오는 것도 반쪽의 호재에 불과하다.

그나마 에너지를 제외한 원자재 가격은 안정세를 보여 다행이지만 1년 만에 100% 가까이 오른 에너지 가격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은 낙관적 전망을 어렵게 만든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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