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분 쪼개기’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강북 이어 성남-수원-오산 등에도 등장

일부선 “오피스텔 사면 분양권” 유혹도

‘2006년 3.3m²(1평)당 2500만 원→현재 5000만 원.’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주변의 노후 주택가는 최근 2년간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면서 대지 지분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 주택을 지어 여러 사람에게 되파는 수법의 지분 쪼개기가 유행하면서 투자 수요가 많이 몰린 결과였다. 특히 서울에서 주로 일어났던 재개발 지분 쪼개기가 최근에는 경기 등 수도권의 노후주택가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분 쪼개기가 만연한 곳에 대한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지분 쪼개기는 재개발 예정지 등에 속해 있는 한 사람 소유의 대지 지분을 잘게 쪼개 여러 사람 소유로 나누는 것이다. 재개발 지역에서 대지 지분을 갖고 있으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

서울의 경우 2003년 12월 말까지는 소유주가 한 명인 다가구를 소유주가 여러 명인 다세대로 등기하는 수법이 많이 사용됐다. 전기나 수도 계량기를 따로 설치하는 등 ‘구분 등기’할 수 있는 요건을 채워 다가구 지분을 쪼갠 것.

하지만 서울시의 조례 개정으로 2004년 1월부터는 다가구 구분 등기를 통한 지분 쪼개기는 봉쇄됐다.

이 때문에 현재는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의 단독주택을 헐어 다세대를 신축하는 방식의 지분 쪼개기가 유행하고 있다. 이 방식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서울에서는 용산구 한강로2가와 서계동 청파동, 강서구 화곡동, 성동구 성수동, 도봉구 창동, 중랑구 면목동, 마포구 망원동 합정동 등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경기지역은 성남시와 수원시 오산시 김포시 평택시 등이다.

○ 상가 등을 활용한 신종 수법도

최근에는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상가가 오피스텔 등을 지어 지분 쪼개기를 시도하는 새로운 수법까지 등장했다. 개발업자들은 “상가나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쓰면 주택으로 간주해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2가의 한 상가는 3.3m²당 1억 원 선에 분양됐고, 서계동과 청파동 등의 소형 오피스텔(대지 지분 6.6m² 규모)은 1실당 2억 원 선에 팔렸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상가나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사용해도 분양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 지분 쪼개기 심하면 사업성 악화 우려

지분 쪼개기가 많이 일어난 곳은 일반분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조합의 수익은 일정한 데 조합원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기 때문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

조합원 수가 건립 예정인 주택 수보다 많으면 일부 조합원은 분양권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지분 쪼개기가 극심했던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재개발 구역은 조합원이 1998년 450명에서 현재는 1500명으로 늘어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개발 사업이 확정됐거나 기본계획에 포함된 곳 등 어느 정도 사업 단계가 진행된 곳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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