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권경혁 전무 “위험 닥쳤을 땐 이미 늦은 것…”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한국도 리스크 관리 서둘러야”

삼성증권 위험관리 책임 권경혁 전무

“한국에는 아직 ‘위험관리’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고려해 금융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지 않고는 금융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없습니다.”

삼성증권의 리스크관리 총책임자로 최근 선임된 권경혁(48·사진) 전무는 올해 1월까지 19년간 세계적 투자은행(IB) 메릴린치 본사에서 리스크 관리를 맡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중심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룬 전문가인 셈이다.

삼성증권은 배호원 사장이 직접 나서서 메릴린치 본사에서 리스크 관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던 그를 전격 스카우트했다. 삼성증권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IB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 전무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해 2006년부터 곳곳에서 위험하다는 사인을 보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위험 관리를 불필요하게 여기던 사람들도 이런 위험에 직면하면 필요성을 실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제2, 제3의 베어스턴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유동성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은 신용경색(Credit crunch)에 빠져 유동성이 마비됐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관련 채권을 사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7년 고등학생으로 미국 이민을 떠난 권 전무는 1989년 미국 시카고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졸업한 뒤 계속 미국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말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는 “영국에 머물던 1년을 빼고 미국에서 30여 년 살면서도 동아일보 등 한국 신문을 쉬지 않고 구독했다”면서 “특히 2003년 신용카드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리스크 관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전망과 관련해 그는 “전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 한국 경기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인플레이션 문제 때문에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무는 삼성증권에서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을 총괄하게 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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