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해외펀드에 물어봐!…외환시장 불안요인 떠올라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53조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진 해외 펀드가 환율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의 달러선물 순매입은 17일 5만3929계약에 이어 18일에도 5만6148계약으로 이틀 연속 5만 계약을 넘었다.

1계약이 5만 달러이므로 25억8240만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달러 순매입이 일어난 셈이다. 이는 이날 외환거래량(152억 달러)의 17%에 이르는 물량이다.

○ 투신권 환헤지 청산 물량 급증

환헤지는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현재의 환율로 고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A라는 해외 펀드에 가입해 10%의 이익을 거두어도 원화 가치가 5% 상승하면 환차손 때문에 수익은 5%에 그친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5% 하락하면 수익은 15%로 늘어난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도, 손해도 날 수 있지만 국내의 해외 펀드 가입자들은 환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부분 1% 안팎의 수수료를 내고 환헤지를 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해외 펀드 가입자의 환헤지 비율은 80%에 이른다.

투자자의 자금을 달러로 바꾼 뒤 현지 통화로 투자하는 해외 펀드는 환매에 대비해 3개월, 6개월 등 기간별로 미래에 달러를 파는 매도 계약을 맺어 둔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가치가 원화에 비해 급등하면서 선물 계약의 평가 손실이 쌓여갔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거꾸로 달러 선물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산운용사들이 달러 선물 매입에 나서면서 이를 받아주는 은행은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일 수밖에 없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 “외국인 주식매도와 맞먹는 위력”

자산운용사들의 선물매도 청산 급증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과 연관이 있다.

마진콜은 통화선물 거래를 위해 자산운용사가 예치해 둔 증거금이 환율 변동으로 부족해질 때 선물거래소가 증거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약당 150만 원을 증거금으로 넣어놨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추가 증거금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달러 선물 매도로 선물계약에서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증거금을 내지 않고 계약을 청산하는 자산운용사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진콜에 응하지 않고 청산하려면 자산운용사들은 달러 선물 매도 규모를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대로 달러 선물을 매입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의 환헤지가 이처럼 외환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해외 펀드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순자산 총액이 27조4977억 원이던 해외 펀드는 12월 말 61조7046억 원으로 6개월 사이에 2배로 늘었다.

신영증권 주이환 연구원은 “최근 해외 펀드의 환헤지 청산은 외국인의 주식매도와 맞먹는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펀드 환헤지:

투자대상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생기는 환차손을 막기 위해 펀드 환매 시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로 고정하는 것. 반대로 환차익을 얻기 위해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을 환노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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