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미는 기업들 왜?…“결국은 ‘입’이더라”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현대백화점 중동점 동호회 라운지 ‘릴리스’에서 회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이 백화점은 고객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면서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중동점 동호회 라운지 ‘릴리스’에서 회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이 백화점은 고객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면서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중동점에는 릴리스라는 ‘동호회 라운지’가 있다. 백화점 고객끼리 만든 동호회가 활동할 수 있는 곳이다. 43개 동호회 880여 명 고객이 이 라운지를 이용한다. 이 백화점은 문화센터에서 만난 고객이 동호회를 결성하면 백화점 직원은 간사로 활동한다. 중동점뿐 아니라 다른 점포도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현대백화점이 동호회를 지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호회가 활발하면 백화점 매출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백화점 중동점의 동호회 회원 매출은 2006년보다 28%나 늘었다. 일반 고객들이 백화점을 월평균 한 번 찾는 데 비해 동호회 회원은 한 달에 6번이나 방문했다. 동호회가 ‘마케팅’의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 마케팅 첨병, 동호회

동호회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예는 다른 곳에도 있다.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브랜드 직원들은 단골 고객들과 정기적으로 산을 오른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커뮤니티 ‘현대클럽’ 회원에게 시승회와 신차발표회 초청장을 보내준다.

현대차 조영제 이사는 “쏘나타 동호회, 아반떼 동호회 등 10개 차종별로 동호회가 따로 있으며 회원이 2만 명을 넘는다”면서 “이들은 구전(口傳) 마케팅의 첨병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4년부터 이 회사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했거나 앞으로 공개를 원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모임을 지원해 왔다. ‘진우회(眞友會)’라는 이름의 이 모임에서 각 회사 CEO들은 IPO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 회사의 실적 호조로까지 이어졌다. 140개 진우회 회원사 중 2005년 이후 21개사가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회사로 해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 ‘팬 슈머’ 지원으로 입소문 마케팅 효과

일부 기업은 동호회 지원을 넘어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에 애정을 가진 소비자를 끌어 모아 ‘팬슈머(Fan과 Consumer의 합성어)’로 활용한다. 기업과 소비자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유아복 브랜드 엘르뿌뽕에는 ‘러브엘르뿌뽕’이라는 팬 커뮤니티가 있다. 젊은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이 커뮤니티에서는 엘르뿌뽕의 신제품 정보를 공유하거나 회원끼리 제품을 교환한다. 엘르뿌뽕은 회원을 대상으로 모니터 요원을 선정해 신제품 반응을 점검한다.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CJ라이온도 ‘주부 품질평가단’을 운영하며 우호적인 소비자망을 확보하고 있다.

전기밥솥 생산회사인 웅진쿠첸은 2006년 4월 ‘건강한 밥맛, 행복한 밥상’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열었다. 주부들이 만든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회원만 3만6000명이 넘는다. 이 회사 신용호 마케팅팀장은 “회원들이 온라인상에서 생활 정보와 제품 체험 경험을 나누면서 자발적으로 홍보를 한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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