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O.1]512m초고층… U시티… ‘불가능을 짓는다’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한국 건설업계는 지난해 해외에서 사상 최고인 398억 달러 어치를 수주했다. 그동안 최고 기록이었던 2006년의 165억 달러를 2배 이상 넘어섰다. 2007년 매출액은 약 180억 달러. 산업별 한국 수출액에서 철강에 이어 9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965년 11월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현대건설·540만 달러)로 시작한 한국 해외건설이 42년 만에 10대 수출산업으로 떠오른 셈이다.

플랜트와 초고층 건축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굳혔다. 과거 근면과 성실뿐이었던 한국 건설의 경쟁력도 달라졌다. 이제는 상세설계와 시공은 물론, 건설의 꽃이라는 기초설계와 투자개발 능력까지 갖췄다. 정보기술(IT)과 신도시를 결합한 ‘U시티’ 수출에도 도전하고 있다.

○플랜트와 초고층, 세계 1위

지난해 한국 건설업계는 플랜트 분야에서 252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한국 해외건설 사상 최대 규모이며 세계 1위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플랜트 분야에서 선진 기업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수주액이 가장 많을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사를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2005년 당시 세계 최대 플랜트 공사였던 이란 사우스파 가스플랜트를 완공한 데 이어 2006년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GTL) 시설 공사를 따냈다. GTL 분야는 2006년까지 선진국 건설업체가 독점해온 분야다.

두산중공업의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 담수발전소, 현대중공업의 아랍에미리트 가스인젝션 시설, GS건설의 이집트 ERC수첨분해시설 등은 각각 수주액이 10억 달러를 웃돌면서 부가가치도 높은 플랜트 공사로 꼽힌다.

GS건설의 이집트 ERC수첨분해시설 공사 수주액은 20억 달러로 단일 기업의 해외 플랜트 공사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초고층 건축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세계 1위를 자신한다. 세계 1∼3위 초고층 공사를 모두 맡았기 때문이다. 삼성건설은 1998년 당시 세계 최고 높이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타워(452m)를 완공한 데 이어 현재 세계 최고인 타이페이 101빌딩(508m)을 지었다.

내년 6월이면 세계 최고 건물의 기록이 다시 바뀐다. 삼성건설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짓고 있는 버즈두바이(512m)가 완공되는 까닭이다.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 지역별 수주액
(단위 : 달러)
지역수주 금액
중동228억100만
아시아128억4900만
아프리카16억8700만
유럽14억4300만
기타10억800만

○거점 전략으로 오일달러 휩쓸어

대우건설은 1978년 리비아의 우조 비행장 공사를 따내며 아프리카에 첫발을 디뎠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수교 국가인 리비아에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리비아에 이어 나이지리아로 아프리카 공사를 확대했다. 오일 달러의 힘을 인식하고 아프리카를 거점 지역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아프리카 진출 30년째인 올해까지 리비아에서 156건 100억 달러, 나이지리아에서 50건 38억 달러의 공사를 따냈다. 거점 전략은 한국 건설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만든 밑천이다.

해외 플랜트 수출 1호 기업인 대림산업은 사우디와 이란을 거점으로 삼았다. 지난해 이 회사가 수주한 해외 플랜트 공사의 90%가 사우디와 이란에 몰려 있다. 두 나라에서 진행 중인 공사 규모는 63억 달러로 한국 기업 중 1위다.

SK건설은 2005년 쿠웨이트 국영 정유회사인 KOC로부터 12억2100만 달러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쿠웨이트를 전략국가로 정하고 수주 역량을 집중한 덕분이다.

남광토건은 2005년 아프리카 앙골라에 처음 진출한 2년 남짓 만에 6건, 5억5200만 달러의 공사를 따냈다.

2000년 이후 한국 건설업체 해외건설 수주액 추이 (단위 : 억 달러)
연도수주 금액(건수)
200054.3(124)
200143.6(77)
200261.3(140)
200336.7(153)
200475.0(224)
2005108.6(281)
2006164.7(326)
2007397.9(619)

○한국형 ‘IT 신도시’로 세계 시장 주도

해외 건설 시장에서 업계 1위 판도는 분야별로 다양하다. 한국 건설업계는 플랜트, 토목, 건축 등의 EPC(상세설계, 자재조달, 시공)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U시티’는 한국이 새로 시장을 만들어 1위를 꿈꾸는 분야다. U시티는 IT에 기반한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 환경)와 한국형 신도시를 결합한 개념이다.

포스코건설은 266만m² 규모인 베트남 북안카잉 신도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신도시는 한국형 U시티 형태이며 공사 금액은 28억 달러에 이른다.

대우건설이 알제리의 수도 알제이 인근에 추진 중인 부이난 신도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수주를 앞둔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조성 등도 U시티로 꼽힌다.

한국 건설을 대표하는 10대 해외 프로젝트
순위프로젝트 이름
1리비아 대수로
2아랍에미리트 버즈두바이
3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4말레이시아 페낭대교
5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6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
7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8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담수 플랜트
9싱가포르 선텍시티
10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국제공항
자료 : 해외건설협회

부동산투자개발은 그동안 선진국 기업이 주도해 온 분야. 이는 공사만 따내는 게 아니라 사업 기획부터 설계, 시공, 자금조달 등을 모두 맡은 형태다. 이 분야에서는 경남기업이 지난해 큰 성과를 냈다. 단일 기업의 해외 부동산투자개발로는 최고액인 7억2000만 달러에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 공사를 따낸 것.

대한건설협회 권홍사 회장은 “환경, IT, 부동산투자개발 등 분야의 경쟁력이 한국 건설업체들을 글로벌 선진 기업으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세계가 놀란 초대형 프로젝트 행진▼

리비아 수로 등 大役事, 줄줄이 한국이 담당

한국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쌓은 위상은 세계가 주목한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빛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해 7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10대 해외건설 프로젝트’를 선정하기도 했다.

1위는 ‘20세기 인류가 지구상에서 벌인 토목공사 중 최대의 역사’로 불리는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건설 공사. 리비아 사막에서 퍼 올린 지하수를 지중해 연안의 도시와 농업지역에 보내 사막을 녹화하는 거대한 ‘녹색혁명’ 사업이다. 38억 달러 규모인 1단계 공사(1991년 완공)에 투입된 연인원 1000만 명과 550만 대의 건설장비는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2위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사 중인 아랍에미리트 버즈두바이. 2009년 완공되면 높이 800m(170층) 이상에 이르는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된다. 높이에 걸맞게 건물 연면적도 잠실종합운동장의 56배에 해당하는 49만5870m²(15만 평)에 이른다.

3위는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은 주베일 산업항. 동부 유전지대인 주베일에 산업 시설을 위한 신항만을 건설하는 공사다.

4위는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현대건설이 1981년 3억4500만 달러에 수주한 이 다리는 길이 7958m, 폭 19.5m로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다리였고, 동양에서는 가장 길었다.

5위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극동건설이 일본 업체와 함께 참여해 1997년 완공한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가 차지했다. 2003년 대만에서 ‘타이페이 101’(101층)이 완공될 때까지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던 쌍둥이 건물이다.

6위에는 현대건설이 참여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이 뽑혔다. 15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가스처리시설 공사로, 착공 후 28개월 만에 제품을 생산하는 기록을 세웠다.

7위는 현대건설이 건설한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한국 건설업계 최초의 해외 고속도로 건설 공사로, 실제 들어간 돈이 책정된 공사비보다 많아 결국 적자를 봤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운 기회였다.

8위는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담수 플랜트다. 바닷물을 이용해 하루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45만 t의 물을 생산하는 설비로 ‘중동의 진주’로 불리는 두바이가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기초였다.

9위는 현대건설과 쌍용건설이 1997년 싱가포르에서 컨벤션센터와 업무용 빌딩 등을 지은 선텍시티가 차지했고, 10위는 대림산업이 1990년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 국제공항이 올랐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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