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어려워지면 우리도 장기적 손해”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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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순망치한’론

“반도체와 조선 산업이 어려워지면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미래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적어져 걱정입니다.”

김종갑(사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달 2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올해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아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모든 관심이 철강 등 전통산업에 가 있다고 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반도체 분야의 경쟁 기업인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김 사장은 “잘못된 것은 당연히 수사해야겠지만 출국 금지는 좀 심한 듯하다. 기업하는 처지에서 배려가 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이번 일이 (삼성이) 장기적으로 평판을 크게 잃지 않는 방향에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정말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어려워지면 하이닉스가 한두 해 이익을 볼지 모르지만 5년을 내다보면 하이닉스도 손해를 볼 것”이라며 순망치한(脣亡齒寒)론을 폈다.

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한국에) 있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장비, 재료 등 주변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상당히 좋은 인프라스트럭처”라며 “하이닉스도 삼성과 경쟁하며 밀릴 수도 있지만 그 가운데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相生)을 강조했다.

그는 “사장으로서 국산 장비의 도입을 직접 챙기고 있다”며 “이것은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시혜적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협력업체와 하이닉스가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는 최근 경쟁 기업인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제품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김 사장은 정부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관료 시절부터 정부가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1980년 대 말 상공부(현 산자부)가 공업발전법(현 산업발전법)을 만들며 각종 인허가권을 없앤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정부의 역할 중복을 줄이고 좀 더 기업 친화적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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