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리적 표시제’ 겉돈다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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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소시지와 스카치위스키….

우리가 보통명사처럼 쓰고 있는 상품명이지만 사실은 세계 각국의 지명(地名)과 제품명이 결합된 이름들이다.

유럽연합(EU)은 1992년부터 이런 지역특산품을 ‘지리적 표시’ 상품으로 등록해 해당 지명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법적 보호를 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내에 지리적 표시제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돼 가지만 중복 제도가 난립하고 일반 상품과의 차별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보성녹차’ ‘이천쌀’ 차별성 부족

1999년 농림부는 국내 지역특산품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EU 제도를 본떠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했다. 현재 보성녹차와 순창고추장, 이천쌀, 횡성한우 등 51개 상품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2005년 특허청이 비슷한 내용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제를 또 도입했다.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 외에 공산품에도 지리적 표시제를 적용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천쌀이 농림부의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된 상황에서 ‘임금님표 이천쌀’이라는 다른 제품이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제로 등록되는 등 지명의 배타적 독점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리적 표시 상품이 다른 상품과 차별화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이동필 선임연구위원은 “고창복분자주와 일반 복분자주가 품종이나 제조방법, 맛과 향에 있어서 어떻게 다른지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중국산 순창고추장’ 피해 막으려면

5차 협상까지 진행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EU 측은 자국의 지리적 표시 상품의 명칭을 한국에서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12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잇따른 FTA를 앞두고 한국의 지리적 표시 상품을 지적재산권으로 요구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산 고려인삼과 상주곶감, 미국 캘리포니아산 이천쌀 등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으나 정부는 다른 나라와 지리적 표시제에 대한 상호 합의를 하지 않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림부 장승진 식품산업과장은 “국내 농산물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도 지리적 표시제 정착이 시급하다”며 “지리적 표시 상품은 농산물 개방화 시대를 맞아 외국산과 국내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지리적 표시제:

상품의 품질이나 맛이 생산지의 기후나 풍토 등 지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유명해진 경우 그 지리적 명칭을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는 이 제도를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에 포함시켰다.

▼ 中 김치-양념 국산 둔갑 무더기 적발 ▼

배추와 무 등 국내 채소 값이 폭등하면서 값싼 중국산 김치나 양념을 국산으로 속여 판 김치 제조 및 판매 회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10월 15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전국 농산물 판매업소와 가공업체에 대해 ‘원산지 표시제’ 단속을 벌인 결과 168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품목별로 돼지고기(57건), 쇠고기(53건), 김치류(16건), 고춧가루 및 참깨(10건), 도라지(7건), 당근(5건) 등의 순으로 적발됐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류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를 집중 단속한 결과 국내 김장용 채소 값 급등으로 국내산보다 값이 3분의 1 정도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와 양념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사례가 많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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