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장 ‘정권’교체… ‘타임’ 옷벗긴 ‘구호’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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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에 빠진 여성 정장업계에서 제일모직의 여성 정장 브랜드 ‘구호(KUHO)’가 절대 강자로 꼽혔던 한섬의 ‘타임(TIME)’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구호가 선보인 지 4년 만이다. 1993년 출시된 타임은 10여년 넘게 여성정장에서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 준 적이 없었던 파워 브랜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구호는 올가을(9∼11월) 서울 주요 백화점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매출 4위에 그쳤지만 신세계 명동본점과 강남점, 현대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분당 삼성플라자 등 핵심 상권(商圈)에서 타임을 눌렀다.

○ 디자인 차별화로 승부수

구호는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 출신의 디자이너 정구호(45) 씨가 1997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부티크 매장으로 출발한 브랜드. 제일모직이 2003년 여성 의류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수하면서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인수 당시만 해도 대기업이 유행에 민감하고 매출 부침이 심한 여성 의류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정 씨를 회사 임원으로 영입해 디자인과 마케팅에 관한 전권을 일임하고 수억 원이 드는 단독 패션쇼를 매년 두 차례씩 개최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단일 브랜드가 독자 패션쇼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구호가 유일하다.

대기업의 자본과 디자이너 브랜드가 결합했지만 제품의 강한 캐릭터도 그대로 유지했다. 최근 유행인 레이어드(겹쳐 입기) 룩에 어울리는 믹스앤매치(Mix&Match) 아이템들을 2, 3년 전부터 국내에 소개하면서 평준화된 다른 의류 브랜드의 디자인과 차별화했다.

반면 노세일 전략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로열티가 높았던 타임은 기존 상하의 세트 위주의 제품 구성과 평준화된 디자인을 고수하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말을 듣는다.

○ 여성 정장의 트렌드 변화

구호의 돌풍은 침체기에 빠진 여성 정장 브랜드들에 자극이 되고 있다.

통상 가을은 결혼, 취업 시즌이 겹쳐 여성 정장 수요가 가장 많다. 하지만 올가을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 여성 정장 브랜드들은 전년에 비해 매출이 3∼5% 떨어졌다. 캐주얼 의류, 남성 정장, 아웃도어 등 주요 의류군이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대의 성장세를 보였는데 유독 여성 정장만 부진했다.

이런 매출 감소는 주 구매층인 20, 30대 여성 직장인이 정장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위해 정장 대신 자율복을 권장하면서 상하의를 세트로 입는 커리어 정장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여성정장 매출 상위 5개 브랜드
순위신세계현대롯데
1구호구호타임
2타임타임미샤
3마인마인마인
4손정완미샤구호
5미샤아이잗바바데코
2007년 9월∼11월 20일 현재.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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