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보다 고용안정이 생산성 높여”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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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설립된 제조업체 넥센타이어는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고용 불안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조에 이례적으로 고용 안정을 보장했고 노조도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며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회사 매출액은 2000년 2064억 원에서 2005년 4006억 원으로 늘었고 노동생산성도 같은 기간 30% 증가했다.

‘고용 없는 성장’, ‘상시 구조조정’ 시대에서 일률적인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이 노사 관계에 더 중요하며 실제로 위기 상황에선 임금 삭감이나 동결을 하더라도 고용을 보장해 주는 기업의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생산성본부는 올해 8월 이 같은 내용의 ‘임금·고용·생산성 연계 사례 연구’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현대엘리베이터와 넥센타이어, 남양공업, 금호폴리켐 등 4개 제조업체의 노사 관계와 재무제표를 분석해 임금과 고용, 생산성 간의 관계를 추론했다.

○ 고용 없는 성장 심화

외환위기 당시 1998년 현대엘리베이터 종업원들은 임금을 자진 반납하면서 회사의 고통을 분담했다. 그 대신 고용 안정만은 지켜 달라고 경영진에 요청했다.

회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당시 구조조정 대상 인원들은 정리 해고되는 대신 다른 팀에 배치돼 근무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액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59%나 늘어났다.

이 보고서는 “고용을 보장하면 비용이 더 클 것 같지만 노사 신뢰가 생겨 생산성도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금호폴리켐은 노조가 임금교섭권을 회사에 일임하면서 그 대신 고용보장협약서를 받았고 자동차 부품업체인 남양공업도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금호폴리켐은 2003∼2006년 1인당 매출액이 44% 급성장했으며 남양공업도 최근 매년 20% 이상의 매출액 증가율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소개했다.

○ 과도한 임금 인상과 고용 위기 악순환 끊어야

기업들이 노사 관계에서 임금보다 고용 문제를 중시하게 된 것은 최근 20여 년 동안 노동생산성 대비 임금 상승률은 꾸준히 높아졌지만 일자리 수는 늘지 않는 등 고용 위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7∼2004년 국내 기업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11.9%였지만 같은 기간 생산성 향상률은 9.3%에 그쳤다. 기업들은 높아지는 인건비 부담에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결과 고용불안은 더 심화됐다.

최근 호봉제가 급격히 흔들리고 기업들이 직무급제 도입을 서두르면서 “고용을 보장해 줄 테니 생산성이나 직군에 따른 임금 차등화는 양보하라”고 노조에 요청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보고서는 “과거 경제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시기에는 항상 일자리도 증가했기 때문에 고용은 핵심 이슈가 아니었다”며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임금의 상승 여력은 상당 부분 감소한 반면 실업과 고용 불안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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