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제2부]<27>대우증권…잃었던 1위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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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출범… 1984년 최초 민간 경제연구소 설립… 1999년 대우사태…

■‘명가의 재건’을 꿈꾸다

1984년 국내 최초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대우경제연구소 설립, 같은 해 국내 증권회사의 최초 해외사무소인 도쿄(東京)사무소 개설, 1990년 국내 최초 트레이딩룸 설치, 업계 최고 수준의 애널리스트 다수 배출….

대우증권 앞에는 국내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대우증권이 국내 최고의 증권사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적어도 1990년대 후반까지는 그랬다.

1970년 설립된 대우증권은 10년 주기로 사사(社史)를 발간해 왔지만 유독 2000년에는 사사를 내지 못했다. 1999년 ‘대우 사태’가 터졌고 이듬해 대주주가 한국산업은행으로 바뀌면서 후발 증권사에 1위의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사사를 발간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2007년의 대우증권은 2010년에 펴낼 사사에 국내가 아닌 아시아 최초와 최고를 쓸 꿈에 부풀어 있다.

대우증권 사람들은 주장한다. 30년 가까이 증권업계 선두를 유지하다가 잠시 쉬었을 뿐이라고, 대우증권은 부활했다고.

<1>도제식 교육…계급장 뗀 논쟁

1991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백운목 연구위원은 음식료 업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입사 이후 3년 동안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자료 복사 등 잡일과 선배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필요한 자료 분석 및 가공 등 ‘내공 쌓기’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3년간의 보조 생활이 끝난 뒤 기초적인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지만 공포의 ‘빨간펜’을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제출한 보고서의 절반은 빨갛게 지워져 있기 일쑤였고 밤새워 작성한 보고서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도 했다.

전체 팀회의에서 보고서의 논리, 정확성, 시각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면 이른바 ‘계급장을 뗀 논쟁’이 벌어졌다. 때로는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백 연구위원은 “이 같은 도제식 교육은 선배의 노하우를 직접 배우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깨닫게 되는 최고의 교육시스템”이라고 자랑했다.

선후배 간 끈끈한 애정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 탄탄한 조직력으로 대표되는 대우증권의 저력은 이런 과정을 거쳐 생긴다고 대우증권 사람들은 강조한다.

고객자산운용부 최태룡 팀장은 매일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후 열리는 회의 때마다 후배들과 얼굴을 붉히고 넥타이도 풀어헤친 채 토론을 벌이곤 한다. 주가와 뉴스, 유가와 환율의 움직임, 원자재 가격, 기업들의 실적과 경제지표 등 일련의 데이터들이 갖는 의미를 토론으로 다시 엮는 것이다. 회의를 통해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고객 자산의 구성을 어떻게 변경할지 결정한다.

대우증권 사람들은 열정적이다. 그래서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증권 사람들을 높게 평가한다. 라이벌인 삼성증권조차도 최근 보고서에서 “대우증권의 맨파워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2>전현직 600여 명 모인 ‘홈 커밍 데이’

2005년 9월 23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국제회의장은 마치 동창회라도 열린 듯한 분위기였다.

1984년부터 1999년까지 15년 동안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백발의 김창희 전 사장을 비롯해 전현직 대우증권 임직원 600여 명이 모인 ‘홈 커밍 데이’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증권업계를 이끌고 있는 웬만한 얼굴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

대우증권은 ‘증권가의 엘리트 집단’으로 통한다. 여의도 증권가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국내외 증권사 임원과 리서치센터장 중에는 대우증권 출신이 유독 많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진수형 한화증권 사장, 김기범 메리츠증권 사장, 나효승 CJ자산운용 사장, 최홍 ING자산운용 사장이 대표적인 대우증권 맨이다.

리서치센터장으로는 한화증권 전병서, 교보증권 이종우,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CJ증권 조익재, NH증권 이종승, 동부증권 신성호, 메리츠증권 윤세욱 센터장 등이 있다.

박승균 대우증권 부사장은 “대우증권 맨의 혈관에는 1등의 자신감이 흐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항상 1등이었고 1등이어야 한다는 것을 선배들의 말과 행동, 기업문화는 물론 주변의 시선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체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3>“자산관리 전담 본부로 취약점 극복”

대우증권은 지난해 증권업계 최대인 4461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2004년 주식위탁매매 1위 탈환 및 투자은행(IB) 부문 1위 복귀, 올해 6월 자기자본 1위 탈환, 올해 9월 증권업계 최고 신용등급 획득 등 대우증권의 옛 명성을 하나씩 회복해 가고 있다.

2006년 증권업계 최초로 자기자본투자(PI)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금융권 최초로 해외(인도네시아) 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등 해외사업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발판 삼아 대우증권은 ‘2015년까지 자기자본 12조 원, 연간 순이익 2조4000억 원의 아시아 대표 글로벌 IB로 성장한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우증권은 현재 3000명 정도의 직원을 6000명까지 늘리고 향후 수익구조를 IB 40%, 브로커리지 30%, 자산관리 20%, 기타 10%의 균형 잡힌 증권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5월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산관리(WM) 전담 본부를 신설했으며 향후 전국 주요 거점 10여 곳에 자산관리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5월에 취임한 김성태 사장은 “투자자들의 금융서비스 수요가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내 자산관리영업은 단순 금융상품 판매에 안주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주식, 수익증권, 파생상품, IB 연계 서비스 및 상품 등 토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영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Q&A/이런게 궁금해요

입사준비 어떻게? 관련 자격증 서류전형서 유리

신입사원 연봉은? 대졸 약 3700만 원… 업계 최고

대우증권 임직원 연봉 현황
직급연봉평균재직기간
임원수억 원
부장7000만∼2억3000만 원
차장6100만∼1억2700만 원4년
과장5600만∼1억2000만 원4년
대리4300만∼9400만 원4년
중견사원3300만∼5800만 원5년
2006년 기준으로 성과급 포함. 성과에 따라 매년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자료: 대우증권

대우증권 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 회사 측이 답변한 내용을 소개한다.

Q.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A. 대우증권의 채용과정은 서류전형→직무평가→인성·적성검사→다면평가→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서류전형에선 지원자의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한다. 증권 투자상담사, 증권 자산관리사(FP), 재무위험관리사(FRM) 등 증권 관련 자격증이나 공인회계사(CPA), 미국공인회계사(AICPA), 공인재무분석사(CFA)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서류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직무평가는 실무진 면접으로, 증권 관련 기초지식 및 자기소개서와 관련된 인성 항목을 주로 본다. 인성·적성검사는 업무적성을 파악하는 온라인 검사다.

이어 진행되는 다면평가는 세일즈 역량 평가, 집단토론 평가, 임원 인터뷰로 구성된다.

세일즈 역량 평가는 무작위로 선택된 상품을 면접관들에게 30초 동안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집단토론 평가는 특정 주제에 관해 지원자끼리 찬반을 나눠 토론하는 것으로 금융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Q. 신입사원 연봉은 얼마인가.

A. 올해 하반기 신입 중견(대졸)사원을 기준으로 약 3700만 원(인센티브 별도)이다. 증권업계에선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Q. 입사 준비는 어떻게 하면 되나.

A. 대우증권과 증권업계에 관한 주요 뉴스를 지속적으로 살펴 업계 상황이나 업무에 대해 개괄적인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아 긍정적인 영업 마인드를 갖추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금융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기초지식을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각종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끈기와 내성을 갖춘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Q. 업무 부문별 채용 규모는 어떠한가.

A. 부문별 채용 인원은 회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개 신입 대졸직의 경우 소매영업 부문 비중이 전체 채용 인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리서치나 기업금융 부문의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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