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아시아 경제 더는 ‘약골’ 아니다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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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매주 토요일자에 증권업계 전문가의 증시 전망 칼럼인 ‘증시 길라잡이’를 새로 연재합니다. 이 칼럼은 때로는 넓은 안목에서 때로는 상세한 부분까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 현상을 바라보며 투자의 흐름을 짚을 것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강성모 상무와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투자전략부장이 번갈아 집필합니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동아시아인의 몸은 꽤나 힘들다. 지구 반대편, 이른바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놓치지 않으려면 낮과 밤이 뒤바뀌는 고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 축구나 메이저리그 야구 같은 스포츠 이벤트 시청이라면 그래도 즐겁다. 요즘처럼 마음을 조마조마 졸이며 뉴욕 증시나 국제 유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투자자들은 심신이 모두 고달플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 투자자들이 늘 지구 반대편의 경제 현상에 대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맞춰 생각을 바꾸면 된다. 구조적으로 변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세계의 중심이 이미 반 바퀴 정도는 우리 쪽으로 옮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미국과 유럽의 경제 동향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라 아시아 중심으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최근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는 그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0년 전 외환위기로 인해 불안하고 위태로운 줄로만 여겼던 아시아 시장이 오히려 매우 건강한 체질로 변해 있음이 이번 세계 신용경색 위기 과정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 것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은행들은 방만하고 무분별한 위기관리가 확인됐고, 달러화 약세에 기반을 둔 수출이나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아니라면 침체 위기에 직면했을 미국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경제의 전망은 좋지 않지만, 아시아 경제는 역내 활발한 내수에 힘입어 내년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2일처럼 미국의 주가 움직임, 특히 하락세에 단기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개방된 금융시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펀더멘털의 동조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워런 버핏은 “풀장의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수영복을 걸치지 않고 있는지 알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표현을 빌려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물이 빠져 보니 알몸이었던 것은 미국 금융회사였고 아시아 경제는 멋진 수영복에 오리발까지 차고 있는 셈이다.

이미 세계 경제 성장의 주력 엔진으로 부상한 아시아에서 아시아 기업에 투자한다면,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터져 나올 바다 건너의 ‘서브프라임 악재’에 경계는 하되 그것이 세상의 끝인 것처럼 고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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