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연착륙해도 달러화 약세 지속”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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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외환전문가 2人의 환율 전망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전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최근 달러당 910원대가 붕괴되면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왜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는 것일까. 또 그 끝은 어디일까. 월가의 손꼽히는 외환전문가인 레베카 패터슨 JP모건 외환전략팀 상무와 스티븐 잉글랜더 메릴린치 수석 외환전략가가 지난달 30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재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향후 외환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다.

○ 원-달러 적정 환율은 ‘1달러=841원’

잉글랜더 수석 외환전략가는 메릴린치가 채택해 활용하고 있는 ‘메릴린치 컴퍼스’ 예측모델을 활용해 원-달러 적정 환율을 841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여기에서 적정 환율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841원까지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환율이 이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여전히 원화가치는 저평가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올해 12월 달러당 900원 선이 붕괴된 뒤 내년 다시 900원대를 회복해 연말까지 900∼91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선 “한국 경제의 견실한 성장 등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장기적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달러화 약세의 이유로 미국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국 경제 둔화,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국부(國富)펀드의 등장 등에 따른 투자 다변화를 들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국부펀드들은 필요 이상으로 안전자산 비중이 높다”며 “중국, 러시아 등 외환보유액이 많은 국가가 자산의 70%를 달러로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달러 자산 매각을 본격화할 경우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급증하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는 더욱 가속된다는 것.

○ “엔화 약세 보여도 원화강세 계속될 것”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아지면 화폐가치는 올라가기 마련. 그러나 패터슨 상무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면서 오히려 달러화 가치 하락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제 연착륙이 달러화 약세를 가져오는 이유로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미국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게 되는 점을 들었다.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면 달러화 수요는 줄고 해외 현지 화폐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 여기에 미국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져서 달러화 가치가 추가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반대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올해 8월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매각해 미국에 들여오면서 달러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엔화는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싼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영향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원화는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 美경제 침체-연착륙 의견 갈려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두 전문가는 다소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한 JP모건의 공식 전망은 연착륙 가능성이 60∼65%, 경착륙으로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질 확률이 25∼30%, 경제가 계속 잘나가는 노랜딩(No landing) 가능성이 10%이다.

이처럼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로 패터슨 상무는 글로벌 경제의 견실한 성장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미국 기업의 실적 호조 및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기 침체를 원하지 않는 미국 정치권 기류를 들었다.

반면 잉글랜더 수석 외환전략가는 미국 주택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기지 시장은 여전히 조정이 진행 중이고 주택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오히려 경기 침체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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