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법 외화거래 혐의 68건 적발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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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송금을 할 때 신고를 피할 목적으로 여러 대리인을 통하거나 속칭 ‘환(換)치기 브로커’를 거쳐 외화를 반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외국환 거래법을 위반한 개인과 기업이 대거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4∼8월 증여성 송금, 해외 직접투자, 해외 업체와의 금전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법으로 외화를 거래한 혐의가 있는 68건을 적발해 국세청 및 검찰 통보 등 최근 제재조치를 취했다.

외국환 거래법 위반 실태 조사 결과가 알려진 것은 2005년 12월 이후 1년 10개월여 만이다. 금감원은 2000년 6월∼2005년 말 위반 실태를 수시로 공표하다 지난해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조사 결과 공개를 중단했다.

이석근 금감원 국제업무국장은 “적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긴 곤란하지만 개인과 기업이 두루 포함돼 있다”며 “제재심의절차를 거쳐 경고, 외국환 거래 정지, 국세청 및 검찰 통보 등의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 개인 중에는 이른바 ‘분산 송금’을 한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외국환거래규정은 증여성 송금액이 연간 5만 달러가 넘을 때 따로 신고서를 작성해 외국환은행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개인이 과세 근거가 되는 신고를 피하기 위해 환전 브로커 등 대리인을 동원해 1만 달러 이하로 나눠 송금하다 당국의 단속망에 걸렸다.

또 해외 부동산을 사기 위해 외국에 사는 자녀 등에게 송금하면서 신고를 누락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 2월 말부터 해외 부동산 취득한도가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상향 조정되면서 해외 주택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업체나 개인사업자가 과세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환치기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많다. 환치기는 관세율이 높은 농산물 등을 수입한 사업자가 수입대금을 원화로 국내 브로커의 계좌에 입금하면 해외 브로커가 이 금액만큼을 수출업체 계좌에 외화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외국환 거래 상담업체인 PH관세무역컨설팅 김용일 대표는 “인터넷 쇼핑몰 등 소규모 사업자가 많아지면서 물품 대금을 은행이 아닌 브로커를 통해 해외로 보내는 환치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외국환 거래법 위반 유형별 통계를 알려 달라는 본보의 요청을 거부한 채 지난해 이후 보도 자료가 나가지 않게 된 배경 파악에 나섰다.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보는 “특정 매체(본보 지칭)만 독점적으로 외국환 거래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만큼 추후 따로 보도 자료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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