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뛰는데 투자는 뒷걸음질…내수 ‘양대 축’ 따로 논다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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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부터 가을 정기세일에 들어간 백화점 업계는 소비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경기를 잘 타지 않는 남성의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남성의류 매출(3∼10일 기준)은 지난해 가을 정기세일 8일간의 매출보다 20%가량 뛰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두 자릿수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7월부터 1%대로 주저앉았다.

소비는 증가하는 데 투자는 급속히 둔화되면서 내수(內需)의 양대 축인 소비와 투자 지표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은 소비 호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백화점 매출 두자릿수 증가율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재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다. 7월(9.8%)에 이어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백화점 매출도 이번 가을 정기세일 동안 지난해 세일 기간보다 △롯데백화점 16% △신세계백화점 21.9% △현대백화점 11.5%(이상 3∼10일 기준) 등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2분기(4∼6월) 12.1%에서 7월 1.0%, 8월 1.7%로 뚝 떨어졌다. 선행지표인 기계 수주도 7월 30.6%에서 8월 4.7%로 대폭 감소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기계류 투자가 상반기 중 마무리된 영향이 크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 높은 증가율에 따른 반사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고용파괴형 투자’ 늘어

투자가 줄면 고용이 감소하고, 가계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

최근 소비 및 투자 지표는 다른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비중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점차 옮겨가면서 ‘투자→고용→가계소득→소비’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고용 창출형 투자가 많았으나 요즘은 인력을 대체하는 고용 파괴형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투자가 고용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와의 연결 고리도 약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투자불안 지속되면 소비도 타격

재경부는 11일 내놓은 경제동향보고서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소득이 늘고 소비심리가 좋아지는 등 소비 여건이 개선돼 소비 회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9월 소비자기대지수도 103.2로 6개월 연속 100을 넘어 경기를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6개월 뒤의 경기 및 생활형편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부정적 요인도 적지 않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불안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면 ‘잘나가는’ 소비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산업전략본부장은 “최근 소비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다른 부문으로 얼마나 확산될 수 있는지가 소비 회복세 지속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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