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8개 손보사 ‘편법 영업’ 조사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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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국내 8개 손해보험사의 보험 판매 실태 및 사업비 집행 현황에 대한 기획검사를 실시한 뒤 현재 제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이처럼 보험 영업 전반에 대한 직접 규제에 나선 것에 대해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취지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제재 방식과 수위가 개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선까지 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3∼29일 LIG손해보험, 동부화재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흥국쌍용화재보험 등 8개 손보사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 판매와 사업비 집행 실태를 검사했다.

이번 검사는 정기적인 것이 아니라 손보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현안을 집중 조사하는 기획성이어서 검사 결과가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정기 종합검사를 최근에 받았고 그린화재는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어 이번 기획 검사에서 빠졌다.

금감원은 보험 판매 실태 검사와 관련해 △상품 설명 제도를 제대로 지켰는지 △보험모집인이 보험사를 옮기면서 무리하게 기존 계약을 변경했는지 △보험료 수납 과정에서 대납(代納) 사례가 있었는지 △자동차보험 연령한정특약을 편법으로 운영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는지 등을 검사했다.

우선 보험상품 설명 제도 실태 점검 결과 일부 손보사 소속 보험모집인들이 계약서와 보험증권 등에 자신의 소속 성명 연락처 등을 기재하지 않고 단지 대리점 명칭만 써 보험업법 감독 규정을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모집인이 보험사를 옮기면서 자신과 계약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기존 계약을 깨고 자신이 옮긴 보험사 상품에 들도록 강권한 사례도 많았다.

또 보험료 카드 수납 실태 점검 결과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모집인이 계약자가 내야 할 첫 회분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운전자를 일정 연령 이상으로 제한하는 약정을 맺어 보험료를 인하해 주는 ‘자동차보험 연령한정특약’ 운영실태 점검에선 많은 손보사가 규정을 위반하고 보험료를 과다 징수했다.

예를 들어 만 23세 8개월인 A 씨가 보험에 들면서 ‘21세 한정특약’ 조건으로 계약했다면 A 씨가 24세가 되는 4개월 뒤에는 ‘24세 한정특약’으로 자동 변경해 보험료를 깎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어기고 기존 보험료를 그대로 받은 보험사가 적지 않았다.

이어 사업비 집행 현황에 대한 검사에선 회계처리 과정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보험대리점에 사무집기를 사주는 등의 편법 지원을 해놓고 이 비용을 일반관리비 항목에 반영하는 식의 문제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0개 손보사들의 사업비는 올해 4∼6월 모두 1조40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15억 원)에 비해 13.3% 증가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사업비가 늘어 업체들이 과당 경쟁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판매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만큼 자율적인 마케팅 행위를 제재하는 조치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분석한 뒤 제재심의 절차를 거쳐 다음 달이나 11월경 회사별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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