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No2]<21>LG전자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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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때 반도체 ‘원치 않은 빅딜’… 그룹 수직계열화 실패

“30여년전 ‘최초-최고’ 자리 되찾자” 삼성 추월하기 나서

‘영원한 1등은 없다.’

LG전자가 ‘1등 LG’를 표방하며 2004년 선정한 이 캐치프레이즈는 두 개의 의미로 풀이된다.

LG전자가 1등인 사업의 경쟁 우위를 지켜 나가자는 의미뿐 아니라 현재 1등인 다른 기업도 언제든지 선두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게임의 룰’을 담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LG전자 스스로가 국내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했다가 2위로 밀려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989년 36일간의 장기파업으로 타격

“삼성전자의 첫째 꿈은 대한민국에서 가전 3사라고 할 때 금성(현 LG전자), 삼성, 대한전선(현 대우일렉)의 순서를 바꿔서 삼성을 먼저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김태경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1981년 1월 사내(社內) 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렇게 독려했다. 당시 전자산업 부동의 1위인 LG전자를 앞지르자는 얘기였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지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LG는 전자제품을 직접 만드는 일을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인 1958년 10월 전자사업을 시작했다. 삼성보다 무려 11년 앞섰다.

LG전자는 설립 이듬해 국내 최초의 라디오(A-501)를 만들어 냈다. 이어 △1961년 최초의 자동전화기 △1965년 최초의 냉장고(GR-120) △1966년 최초의 TV(VD-191) 국산화에 성공하며 20여 년간 ‘최초’, ‘최고’ 기록을 잇는 국내 최대 전자 회사로 군림했다.

1969년 뒤늦게 전자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맥을 못 췄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왜 이렇게 하는 일이 (LG에) 당하기만 하느냐”고 한탄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LG전자의 1위 자리는 1989년 36일간의 장기 파업을 겪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업을 하는 동안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시장을 잠식했고, 해외 신용도 하락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LG전자는 그 뒤로 노경(勞經) 협력의 문화를 정착시켰지만 당시 입은 타격이 2등으로 밀려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발목잡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1980년대 LG는 ‘F-88’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했다.

심혈을 기울인 이 프로젝트의 결론은 ‘별도의 반도체 회사 설립’. “반도체 사업은 중요성이 지대하므로 전기전자 분야의 부품 섹터가 아니라 별도의 사업 단위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따라 LG는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고, 기존 금성반도체와 금성사에 나뉘어 있던 반도체 사업을 통합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인다.

금성일렉트론은 충북 청주에 메모리 생산기지를 세우고, 비(非)메모리 반도체 개발에까지 나섰지만 1999년 정부의 ‘빅딜’ 방침에 따라 ‘빼앗기다시피’ 회사를 현대그룹에 내줬다.

LG는 올해 발간한 ‘LG 60년사’에서 “반도체 빅딜은 정부의 강력한 권유와 촉박한 시일 등의 문제로 기업 간 자율조정이라는 원칙과 시장경제 원리를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했다. 그 평가는 후일 역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반도체 사업의 부재는 LG전자의 최대 약점이 됐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부터 시작해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삼성전자와 달리 핵심 부품 기술을 갖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또 하나의 시련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1997년 10월 LG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면서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이 영향을 받은 것.

전자업계에서는 통신시장에서 LG텔레콤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F가 LG텔레콤과 한가족인 LG전자 대신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日 도요타처럼…”강력한 혁신 드라이브

LG전자는 1990년대 중반쯤 삼성전자에 빼앗긴 생활가전 분야 1위 자리를 되찾아 왔다. 지금까지 LG전자의 이 분야 사업은 독보적이다.

하지만 전자사업의 1위를 탈환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세상이 바뀌었는데 LG전자가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시장의 중심이 생활가전을 떠나 휴대전화, 디지털TV 등 통신, 미디어 분야로 이동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게다가 생활가전 분야는 중국 기업이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올해 초 부임한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국면 타개를 위해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갖춘 회사를 목표로 강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남 부회장은 수시로 “제조업체로는 우리가 상당한 강점을 가진 회사로 평가받고 있지만 도요타와의 격차는 아직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전자사업의 1위를 되찾으려면 혁신뿐 아니라 사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사업의 부재는 물론 삼성SDI, S-LCD, 삼성전기, 삼성코닝 등으로 이뤄진 삼성전자의 지원군에 비해 LG필립스LCD,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으로 구성된 지원군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같이 수직계열화된 경쟁력을 갖추거나 일본의 소니와 같이 콘텐츠-디지털 기기로 연결된 가치사슬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LG전자는 아직 그럴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Q&A/입사비법 궁금해요

‘오비이락-조삼모사’ 영어로 설명하시오!

간략하고 논리적인 답변 좋은 점수

LG전자 임직원의 직급별 평균 연봉 (단위: 원)
직급 평균 연봉(직급 1년차)
임원수억∼수십억
부장5600만∼7000만
차장4000만∼6000만
과장3600만∼5000만
대리3200만∼3800만
사원3100만∼3300만
사원∼부장평균연봉은경영성과급과개인인센티브를제외한과세전금액. 등기이사의지난해평균연봉은 6억3900만원. LG전자자료및관계자들발언종합.

본보는 취업 사이트 및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LG전자 입사에 대한 궁금증과 이에 대한 회사 측 답변을 소개한다.

Q.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A. 상·하반기 정기 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고 수시 채용에서는 경력사원을 뽑는다. 정기 채용은 서류전형, 직무적성검사(RPST), 인성·직무·영어·토론면접, 신체검사의 과정에 따라 진행된다.

Q. 지원 자격 요건은 어느 정도인가.

A. 학점은 4.5점 만점을 기준으로 3.0 이상, 영어는 토익 점수를 기준으로 이공계는 600점, 인문계는 700점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Q. 각각의 면접에서는 무엇을 보는가.

A. 인터뷰에서는 지원자의 지원서 내용을 바탕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인성면접에서는 LG전자의 문화에 맞는 인재인가를 살피며 직무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직무 전문성을 본다. 토론은 지원 직군에 따라 선별적으로 진행한다.

Q. 영어 실력이 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A. 약 10%다. 그러나 해외 마케팅과 같이 외국어 사용이 필수적인 분야에 지원할 경우 영어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한다. 원어민과 1 대 1 방식으로 치러지는 면접에서는 실무 회화 능력과 창의적 표현, 자신감 등을 평가한다.

Q. 영어면접 난이도를 예로 든다면….

A. ‘오비이락, 조삼모사, 침소봉대, 진퇴양난을 영어로 설명하시오’ ‘휴대전화의 개념을 모르는 아프리카 사람에게 영어로 휴대전화를 설명하시오’ 정도이다. 간략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답할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는지도 본다.

Q. 입사 후 업무에서 영어를 쓸 일이 많나.

A. 많은 편이다. LG는 82개 해외법인을 가지고 있고 매출의 85%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전화, e메일, 화상회의, 출장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의 글로벌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Q. 정기 채용에서 LG의 다른 계열사에도 중복 지원이 가능한가.

A. 가능하다.

Q. 입사 평균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

A. 직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5 대 1에서 20 대 1 정도이다.

Q. 한 번 지원했다 떨어진 사람이 또 지원하면 불이익이 있나.

A. 불합격한 사유에 따라 다르다. 역량과 인성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채용 인원이 제한돼 있다거나 하는 문제로 불합격한 경우 불이익은 전혀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회사 차원에서 다른 부서에 우선 추천하기도 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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