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탐방] 경기 파주시…北風 호재 언제 맛봤더라?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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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교하택지개발지구 전경. 2010년 완공될 운정지구와 합쳐지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보다 더 큰 경기 서북부의 중심 도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제공 파주시청
경기 파주시 교하택지개발지구 전경. 2010년 완공될 운정지구와 합쳐지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보다 더 큰 경기 서북부의 중심 도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제공 파주시청
《‘G&G 파주(?)’ 경기 파주시에 들어서면 사방 곳곳에서 보이는 슬로건이다. G&G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 제목의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유화선 시장이 낸 아이디어다. 분단의 상징 도시에서 첨단 산업과 문화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파주는 슬로건처럼 좋은 도시에서 위대한 도시로 도약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족도시로 성장하기엔 아직 자체 경제력과 인구가 부족하다. 부동산 측면에서 볼 때 지역 내 토지를 시민들이 사고팔 여력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파주의 토지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풍(北風)은 없다”

임진각과 판문점 등이 위치한 파주시는 상당 부분이 분단 후 수십 년간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됐었다. 그러다 노태우 정부 시절 평화신도시 개발 붐을 타고 땅값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북풍이 불 때마다 땅값이 널뛰기를 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보다 더 큰 파주신도시 개발이 시작되고 LG필립스LCD 산업단지와 영어마을, 헤이리 문화마을 등이 조성되면서 인근 땅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LCD단지가 들어선 월롱면 덕은리 일대는 2만5000여 명의 고용 창출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토지 보상이 한창이던 2004년을 전후로 땅값이 3.3m²(1평)당 최고 700만 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경기도가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고 국유림과 사유림을 교환하는 등 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덕은리 월롱역 앞 한 중개업소에 들어서자 “매매가 전혀 없다”는 볼멘소리부터 터져 나왔다.

엄순일 중개업소 대표는 “도로변 관리지역 내 땅이 3.3m²당 100만∼150만 원 정도”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세금까지 높아져 1년 8개월 동안 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월롱역 인근 7개 중개업소 중 올해 들어 3개가 문을 닫았다.

최근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 소식도 얼어붙은 토지시장을 녹이진 못했다. 북풍엔 이젠 내성(耐性)이 생겨버렸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전언.

비무장지대 장단면의 땅 거래를 맡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북풍이 불 때마다 장단면의 땅값을 높여 한때 3.3m²당 20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5만 원 안팎에도 거래가 거의 안 된다”고 말했다.

○신도시 주변 호가 급등, 거래는 한산

신도시 조성이 한창인 교하와 운정택지개발지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산신도시(1574만 m²)보다 큰 1655만 m²(500만 평) 땅에 주택 8만 채가 공급될 이곳도 토지 시장이 잠잠하긴 마찬가지였다.

택지지구 주변 상권이나 도로 주변은 3.3m²당 500만∼700만 원, 그 외 지역은 200만∼300만 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운정1지구 보상비(3.3m²당 12만∼195만 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택지지구로 수용된 지역 공장들이 새 용지를 찾고 있지만 높은 땅값을 감당할 수 없어 공장 건설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하지구 인근 좋은집공인중개소 이교선 대표는 “택지개발지구 보상비가 주변 땅값을 끌어올려 거래가 거의 안 되고 있다”며 “1만 m² 이상 규모로만 공장을 짓도록 규정된 법률 때문에 중소 규모 공장들은 공장을 설립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파주시의 경우 군사보호시설과 연접 지역 개발행위 제한 구역 등이 많아 토지를 매입할 때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파주시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외지인이 땅을 사기 어려운 데다 파주시민들은 비싼 땅을 매매할 여유도 많지 않은 상태라 거래 없이 호가만 높은 상황이란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주시의 7월 말 현재 인구는 30만7923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용인시(80만2382명) 등에 비해선 인구가 턱없이 적어 자족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지컨설팅업체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땅은 그 지역 주민들의 수요와 매입 능력, 유입 인구수 등을 꼭 따져가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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