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울산에 ‘제10 독’ 짓는다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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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에 국내 최대 규모의 10번째 독(dock)을 추가 건설한다. ‘제10독’은 11월경 착공해 2009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포화 상태에 이른 선박 건조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울산조선소 해양사업본부에 제10독 건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세부적인 건설계획 방안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특히 이번 투자 결정은 조선소 추가 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잇달아 중국 등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결정은 설비 부족으로 선박 수주의 한계에 이른 현대중공업이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독은 육상에서 만든 블록을 모아 선체를 만드는 곳으로 선박 건조의 핵심 공정에 해당한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땅이 필요한 데다 투자비도 만만치 않아 좀처럼 증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육상건조공법 등 대체공법이나 작업공정 효율화 등으로 밀려드는 수주를 간신히 소화해 왔으나, 이마저 한계에 이르자 추가 설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 각 조선업체가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잇따라 중국으로 향하면서 기술 유출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해법’을 찾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중공업 측은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국내 추가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독 추가 건설로 향후 수주 여건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10독은 화물 최대 적재량이 100만 t급(DWT·재화중량 총톤수)에 이르는 초대형 선박을 지을 수 있는 규모로, 기존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중공업 제3독과 맞먹는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 추세를 활용하기 위해 독 건설기간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독 하나를 건설하는 데는 사업 용지 확보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평균 약 3년이 걸린다. 하지만 제10독은 이미 확보된 조선소 용지 내에 추가로 짓는 것이어서 바로 착공할 수 있고 착공 후 1년 정도면 완공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으로 지목돼 온 해양플랜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이번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등 초대형 해양플랜트 건조를 위해 하체 부분은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에서 제작하고, 원유생산 플랜트는 따로 얹는 이중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한 조선업체의 임원은 “앞으로 초대형 FPSO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전용 독을 갖게 되면 수주능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독(dock)

육상에서 만든 블록(block·선체 부분)들을 한곳에 모아 선체를 완성하는 장소. 선체가 완성되면 독에 물을 채워 배를 진수하는데, 이때 독은 가장 효율적인 진수가 가능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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