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멘트 속에 ‘지름신’ 있다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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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뭐로 드릴까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고심 끝에 주문을 끝내면 웨이터가 으레 하는 말이다. 여기서 “와인은 싫다. 그냥 음료수를 달라”고 말하는 고객은 드물다. 웨이터의 말 한마디에 레스토랑은 마진율이 높은 와인을 쉽게 판매한다.

자동차, 보험, 백화점, 레스토랑 등 많은 업종에서 직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숨겨진 영업 전략이 녹아 있다.

요즘 기업은 소비자의 무의식까지 연구해서 일선 세일즈맨에게 ‘특정한 대사나 행동’을 매뉴얼화해서 가르치기까지 한다. 반면 소비자는 이들이 자신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무심코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다.

○ ‘기정사실화’하는 구매유도

“꽉 채울까요?”(주유소) “콜라는 어떤 사이즈로 드릴까요?”

일부 주유소나 패스트푸드 체인에 가면 종업원이 하는 말이다. 말투는 공손하지만 교묘하게 손님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고객의 마음을 유도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한 고급 중국 레스토랑은 손님이 맥주를 주문하면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라고 묻지 않는다. 그 대신 “칭다오로 드릴까요”라고 꼭 묻는다. 그러면 대부분의 손님은 칭다오를 주문한다.

일부 손님은 “칭다오가 맛있느냐”고 묻지만 “손님들이 모두 칭다오를 찾는다”는 종업원의 말에 대부분 항복한다. 중국 맥주인 칭다오의 가격은 8000원이며 국산 맥주는 6000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진용(경영학) 서울산업대 교수는 “고객이 거부 의사를 밝히려면 심리적인 내부 갈등을 일으켜야 하는데 사람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아닌 경우 이런 내부 갈등을 피하려는 심리가 있다”며 “비싼 내구재가 아닌 경우 고객은 종업원의 유도성 멘트에 ‘아니다’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마음의 매몰비용

보험에 들려는 고객은 보험을 들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일즈맨은 고객이 가입 의사를 확정한 뒤를 ‘클로징(Closing)’이라 부르며 더 중요하게 여긴다. 고객이 얼마짜리 보험에 드느냐에 따라 수당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계 보험회사의 세일즈 매니저인 이모(44) 씨는 “고객이 보험에 들기까지는 부드러운 설득조로 나가지만 고객이 가입 의사를 확정한 순간부터는 ‘이 정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험의 의미가 없다’며 더 비싼 보험에 들라고 강하게 밀어붙이라고 세일즈맨들에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입 의사를 확정한 고객은 세일즈맨이 이끄는 대로 따라올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를 ‘마음의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까지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본인이 내린 결론을 뒤집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기 힘들다는 것.

이런 경향은 자동차 세일즈맨들도 이용한다. 한번 차를 사기로 결정한 고객에게 자꾸 옵션을 추가로 권유하는 것. 여기에는 또 수천만 원짜리 비싼 내구재를 산 고객은 옵션은 비싸 보이지 않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도 숨어 있다.

김현경 한양사이버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가의 제품일수록 빨리 결정을 하지 말고 매장을 나와서 심사숙고하거나 구매를 한 번 미루는 것도 세일즈맨들의 교묘한 전략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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