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예상된 부진’… 주가는 웃었다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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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4∼6월)에 1조 원을 밑도는 영업이익(본사 기준)을 내면서 2001년 4분기(10∼12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는 이 회사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13일 본사 기준 2분기 실적과 관련해 매출 14조6300억 원, 영업이익 9100억 원, 순이익 1조420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1∼3월)보다 매출은 2% 늘어났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 11%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4%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6%, 5% 줄었다.

2분기 영업이익(9100억 원)은 2001년 4분기의 690억 원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삼성전자의 부진한 2분기 실적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부문 2분기 매출이 전 분기에 비해 5% 감소한 4조2600억 원, 영업이익은 39% 급감한 3300억 원에 그친 것은 반도체 부문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D램 사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에 따라 D램 메모리의 가격(512메가비트 DDR2 현물가 기준)이 1분기 평균 4.6달러에서 2분기 평균 2.2달러로 급락했다.

휴대전화는 ‘외화내빈’이었다. 분기 사상 최고치인 3740만 대를 판매했지만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휴대전화, 통신장비 등 정보통신 부문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 감소한 4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41% 감소한 3500억 원에 그쳤다.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 판매되는 저가(低價) 휴대전화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판매액이 떨어진 것이다.

반면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은 40인치 이상 패널을 분기 최초로 200만 대 판매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7% 증가한 3조3400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4배로 증가한 2900억 원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자사(自社)의 해외 매출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한국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법인과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글로벌)기준 실적을 봐야 정확한 사업성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실적 발표부터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생활가전 부문은 연결기준의 영업이익 발표를 추가했다.

TV, 프린터 등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본사 기준 성적은 매출액 1조4500억 원, 영업이익은 600억 원의 적자를 냈으나 연결기준으로는 2000억 원의 흑자를 보였다.

생활가전도 본사 기준은 매출액 9500억 원에 영업이익이 7억 원에 그쳤지만, 연결기준으로는 영업이익 1000억 원을 실현했다.

정보통신 부문의 영업이익도 글로벌 성적이 1500억 원이나 더 좋았다.

삼성전자 주우식 부사장은 “연결기준으로 봤을 때 반도체 값 하락과 3000억 원대의 마케팅 비용 증가를 감안한다면 D램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사업에서는 실적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부사장은 반도체는 D램의 공급 감소로 가격 상승이 하반기 내내 이어지고 낸드 플래시의 수요도 고용량 휴대전화 ‘뮤직폰’의 인기로 동반 상승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측은 휴대전화 사업에 대해서도 전체 시장의 판매량이 15% 늘어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30% 이상의 성장률을 올린 점을 강조했다.

저가 휴대전화의 비중을 늘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14%까지 끌어올리면서도 이익률을 10% 이상 유지하는 성공적인 구조전환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도약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안으로 세계 2위인 모토로라를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6.35%(4만1000원) 오른 주당 68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실적 부진이 이미 예견됐던 데다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부추겼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또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계 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설이 나돈 것도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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