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한영]‘FTA비준’ 對美압박카드 찾자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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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6월 30일 늦은 밤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의 통상 담당 최고위 관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출범부터 서명까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가장 치열한 국내 논란과 어려운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 이뤄 낸 성과이기에 값진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 현 단계에서 한미 FTA는 여전히 양국 최고 통수권자의 법정대리인에 의한 가계약에 불과하다.

시간 끌수록 정치에 휘둘려

FTA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국 입법부의 비준 동의를 받아 반드시 대통령 본인이 서명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금년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준 동의안이 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미국은 FTA에 따른 국내법 개정 사항 및 파급효과에 대해 2, 3개월 동안 행정부와 의회 간의 협의를 거쳐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비준동의안(협정이행법안)에 대해 상하원이 제출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가부를 결정한다. 어느 일방의 비준 동의 획득 실패는 FTA가 한동안 정식 계약이 아닌 가계약에 머물거나 계약 파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양국의 비준 처리 절차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양국 정치권의 특수 상황과 FTA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FTA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선과 총선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의 경우 12년 만에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일부에서 자신들이 제기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협정 보완 작업이 순조로이 종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내년 미국 대선과 FTA 비준 처리를 연계할 수 있다는 달갑지 않은 견해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협정문 서명이 완료됨에 따라 FTA의 공이 이제 국회로 넘어갔으며, 정당이나 의원은 미묘한 시기에 정치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결정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대의명분이 불분명한 정치세력에 대해 결국 등을 돌림을 누구나 다 아는 진실이지만, 과거 목소리 큰 소수의 손을 잡아 준 정치인이 적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정치인에게 정치 생명의 연장이 최우선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FTA 비준 동의에 찬성한다는 의원의 수가 제아무리 많다 한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허수(虛數)가 늘어 비준동의안 처리가 점차 풀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 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전략적 자세가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한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제적 난관을 정면 돌파하고자 하는 미래지향적 승부수로서 한미 FTA를 추진했다면 대선과 정부 교체라는 정치적 과도기로 진입하기 전에 국회 비준 동의를 서둘러 끝내야 한다.

우리가 먼저 비준하는 것도 방법

한국이 비준 처리를 조기에 완료하면 FTA 협상이 마치 끝이 없는 얘기인 듯 뒷북을 쳐 대는 미국 민주당도 왠지 겸연쩍어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을 가속화함으로써 한미 FTA의 비준 처리 지연이 잘못하다간 소탐대실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도 대미 압박카드로서 효과적이다.

한국 정부가 동시에 명심해야 할 점은 내부 과제이다. FTA의 혜택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건전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선결돼야 한다. FTA가 이념과 정략을 초월해 총체적으로 나라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의 새로운 디딤돌이 된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이한영 중앙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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