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시는 대로 바꿔 드려요… 맞춤형 리모델링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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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업체들은 입주민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리모델링 평면 설계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쌍용건설이 서울 양천구 목동 10단지 대형 평형 주민들에게 제시한 ‘2세대 분리형’ 구조(아래)와 한 세대로 합친 구조. 사진 제공 쌍용건설
최근 건설업체들은 입주민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리모델링 평면 설계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쌍용건설이 서울 양천구 목동 10단지 대형 평형 주민들에게 제시한 ‘2세대 분리형’ 구조(아래)와 한 세대로 합친 구조. 사진 제공 쌍용건설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고, 리모델링 연한이 15년으로 낮아지면서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웬만한 대형 건설업체는 이미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만들어 수주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체들은 다양한 설계기술을 앞세워 아직도 재건축 가능성에 미련을 갖고 있는 입주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바야흐로 ‘리모델링의 진화’가 시작됐다.

○ 따로 두채 혹은 크게 한 채로

“리모델링은 소형 평형 입주자들에게만 유리한 것 아닌가?”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10단지에서 리모델링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한 건설사 측은 대형 평형 입주민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웠다.

이미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는 대형 평형 입주자들은 리모델링 후 늘어날 공간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늘어난 공간에 자녀 가족을 불러들이더라도 사생활이 보호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목동은 강남과 더불어 아파트 시장의 핵(核)인 데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리모델링 대상으로 손꼽히는 요지다. 특히 목동 10단지 아파트는 2160채에 이르고, 지어진 지 20년밖에(?) 안 돼 재건축을 하려면 앞으로 십수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쌍용건설은 대형 평형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으로 ‘2세대 분리형’ 구조를 제시했다.

기존의 50평형대를 리모델링해 늘어나는 20평을 나란히 배치하되 출구를 따로 만들고 중간 벽체는 막아서 두 채의 집처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출입구에서부터 예상 동선(動線)을 따로 만들어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사생활 문제도 해결했다.

물론 입주민이 원하면 중간 벽체를 없애고, 출구를 하나만 내 넓게 쓸 수도 있다.

현재 목동 10단지는 사업설명회 이후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 동의율이 65%까지 높아져 내년쯤 본격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문화재 보호는 어떻게

대림산업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 미성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문화재청의 까다로운 요구로 고민을 거듭했다. 이 아파트는 백제시대 유물이 묻혀 있는 풍납토성 안에 있어서 지하는 2m 이상, 지상은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림산업은 스프링을 이용한 진동 흡수공법을 개발해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 공법은 땅에 콘크리트 파일을 박아 기초를 다지는 일반 공사와는 달리 1층 일부 공간에 스프링이 달린 댐퍼(진동 흡수 장치)를 연달아 설치해 땅을 깊게 파지 않아도 된다.

대림산업은 이 공법의 특허를 신청했으며, 미성아파트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단점을 장점으로

리모델링은 내부 공간이 한쪽으로만 길쭉해 지는 게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를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리모델링으로 길어진 공간에 수납공간을 충분히 배치해 입주자들이 따로 가구를 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복도에는 서재와 함께 손님을 위한 별도의 식사 공간을 조성해 입주자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쌍용건설은 앞뒤로 공간이 늘어지면 집 중간까지 통풍이 안 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정(中庭)’형 설계를 도입했다.

복도식 아파트에서 기존 현관과 복도 끝까지의 공간을 리모델링 과정에서 비워 둬 나중에 이 공간(중정)을 1층부터 꼭대기까지 하나의 거대한 환풍구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이 재건축 시장의 대안으로 관심을 끌면서 기존 아파트 입주민을 끌어 모으기 위한 기술 개발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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