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버블’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PER-PBR ‘고평가 논쟁’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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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옛 한국통신)의 주가는 1999년 말 17만9000원이었다. 이달 20일 종가인 4만4700원의 3배다. ‘뉴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로 ‘정보기술(IT) 버블’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당시 이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14배에 이르렀다. 최근 증시의 활황을 이끈 종목 중 하나인 삼성엔지니어링의 20일 종가는 10만5000원. 올해 들어 143% 급등하면서 지난해 실적 기준 PER와 PBR는 각각 37.45배, 9.5배에 이른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요즘, 증권가에서는 ‘과열 논쟁’이 뜨겁다. 기업 가치(또는 성장성) 대비 주가인 PER, PBR가 지나치게 높지 않으냐는 얘기다.

○ “1999년보다 고평가 종목 많다”

21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평균 PBR는 1999년 1.44배에서 1.73배로 약 20.1%, 평균 PER는 13.2배에서 17.0배로 28.8% 높아졌다.

PER나 PBR가 높은 종목의 수도 크게 늘었다. 본보가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와 증권선물거래소에 의뢰해 1999년 말과 이달 19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시장 종목을 분석한 결과 PBR가 3배 이상인 종목은 41개에서 106개로, 5배 이상은 22개에서 31개로 각각 늘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1650 선을 돌파하면서 시장평균 PBR가 역사적 고점(高點)인 1.6배를 뚫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PER 50배 이상 종목’도 27개에서 61개, 100배 이상도 13개에서 27개로 늘었다. 에프엔가이드 측은 “올해 기업의 이익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여 2007년 실적으로 PER를 산출하더라도 고평가 종목이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실적 성장의 뒷받침이 관건”

PER와 PBR가 높은 종목이 속출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익이나 자산의 성장속도보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데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실적이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한다면 ‘거품’으로 보기 어렵지만 현재 일부 업종의 PER, PBR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1999년 말 실적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 통신업종도 당시 PBR 기준 4, 5배로 거래됐다”며 “현재 주가 밸류에이션이 비슷한 수준인 조선 철강 기계 등 업종이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진입했고, 체질도 개선된 만큼 과거와는 다른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과거와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PER와 PBR::

기업의 가치와 주가를 비교해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PER는 ‘주가÷주당순이익’, PBR는 ‘주가÷주당순자산’으로 계산한다. 예컨대 A기업의 현재 PER가 10배라면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연간 순이익의 10배라는 뜻. 따라서 일반적으로 성장속도가 빠른 기업은 높은 PER에 거래된다. PBR는 성장성보다는 현재까지 쌓인 가치를 따지기 때문에 보통 자산주 평가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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