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불법 건축물 신축…신도시 투기사범 백태

  • 입력 2007년 6월 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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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경기도는 전역이 투기장이나 다름없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말 분당급 신도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내 신도시 예정지 주변에서 부동산투기를 벌여온 부동산업자, 주부, 자영업자 등 2600여 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간 부동산투기사범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여 1842건, 2668명을 적발, 14명을 구속하고 265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지역별로는 분당급 신도시 예정지인 동탄2지구가 포함된 화성이 298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 285명, 분당 231명, 고양 198명, 시흥 119명, 군포의왕 111명 등의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불법건축 829명 △무허가 미등기 등 전매 212명 △불법 명의신탁 202명 △위장전입 165명 △무등록 부동산중개 54명 등이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말 분당급 신도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신도시 예정지마다 투기가 극성을 부려, 지방청 주관아래 관내 33개 경찰서 수사인력을 동원해 수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모든 투기수법 총동원

이번 경찰수사결과 투기꾼들은 위장전입, 미등기전매, 불법 건축물 신축, 불법 명의신탁, 무등록 중개업행위, 조세포탈 등 가능한 모든 부동산투기 수법을 동원했다.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도 투기광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경찰은 "이번 투기는 주로 부동산업자가 주도했지만 자영업자에서 주부, 회사원, 공무원 심지어는 대학생, 종교인까지 직업을 불문하고 '투기 광풍'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투기가 단기간에 가장 극심했던 지역은 분당급 신도시 예정지로 유력하게 언론에 오르내렸던 광주시 일대. 경기지방경찰청이 특별단속에 나선 것도 광주 오포가 유력한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 알려지면서 올해 1월말부터 투기광풍이 일었기 때문.

오포지역 투기사범들은 대부분 신도시 개발 때 차익을 노린 자영업자나 주부들로 위장전입을 통해 빌라를 매입하거나 임야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5년 말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았던 오포읍 고산지구 사업시행사인 J건설도 투기에 나섰다가 이번에 적발돼 눈길을 끌었다. J건설은 오포에 거주지를 둔 사업과장 김모(35) 씨의 명의를 이용해 지난해 1월 고산지구 사업부지와 접한 땅 900평을 사들였다.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신탁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다.

팔당호 인근으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인 광주시 퇴촌면 임야 2만9000여 평을 전원주택지 개발예정지라며 속이고 평당 30만~50만 원씩 받고 매매, 2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기획부동산업자와 매수자 등 58명도 검거됐다.

차모(55·여) 씨 등 화성지역 부동산업자 10명은 200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전매가 금지된 병점동 소재 주공 임대아파트 288채의 임차권을 외지인에게 한 채당 200만 원씩의 수수료를 받고 불법 양도를 알선했다.

이들은 모두 5억7600만 원을 챙겼고, 임차인들은 한 채당 2000만~3000만 원씩의 웃돈을 받고 임차권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동탄신도시 등 신도시 개발이 화성지역에서 이어지자, 지역거주자 우선 분양권 등을 노린 부동산업자와 외지인들의 담합이 이런 불법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경기북부도 예외는 아니다. 파주시 부동산업자 이모(43·여) 씨 등 39명은 지난해 8월에서 10월 사이 교하신도시내 아파트 10채를 웃돈 3200만 원씩 주고 사들인 뒤 다른 부동산업자들에게 5000만~8000만 원씩 받고 되팔았다. 부동산업자간에 이뤄진 전형적인 미등기 전매였다. 이들은 경찰에서 "교하신도시 옆에 운정3지구 개발소식이 미리 알려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 수 천 만원씩의 웃돈을 줘도 남는 장사였다"고 진술했다.

●가벼운 처벌 비웃는 투기사범들

공무원들도 투기 광풍에 한 몫 챙기기 위해 달려들었다.

전 가평군수의 비서 홍모(48) 씨와 군청 공무원들은 개발업자와 조직폭력배들의 불법을 묵인했다. 홍씨는 2005년 11월 전원주택개발업자로부터 가평군 상면 4000여 평의 땅에 진입로 개설허가를 도와주는 대가로 1억 원을 챙겼다. 산림과장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은 개발업자와 연결된 지역 폭력배들이 산림을 불법 훼손하는 것을 수수방관했다.

신도시 지정이 임박하면서 보상금을 노린 불법건축물 신축도 기승을 부렸다. 이번 적발에서 무려 800여 명이 입건됐다. 경찰은 최근 신도시로 확정된 동탄2지구의 경우도 3~4개월 전부터 문도 열지 않는 부동산사무실과 음식점, 옷가게, 골프샵 등이 들어선 사실을 확인, 불법건축물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이밖에 분당과 판교 인근지역에서도 나중에 신도시가 들어설 것을 예상해 위장전입을 통해 빌라 등을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2005년 하반기에도 6개월간 수사를 벌여 부동산 투기사범 5000여 명을 적발했으나 투기사범은 끊이질 않고 있다"며 "현행 부동산 관련 법규로는 위장전입이나 미등기 전매라 할지라도 벌금 등 처벌만 받으면 부동산 투기로 인한 시세차익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최근 신도시로 확정된 화성 동탄2지구 주변에 투기세력이 몰릴 것으로 예상, 지방청과 화성, 용인경찰서에 부동산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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