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퇴근하기엔 ‘너무 먼 동탄’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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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2신도시에서는 2010년 2월부터 주택 10만5000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신도시로 지정된 화성시 동탄면 영천리와 청계리 일대. 멀리 보이는 동탄 1신도시에서는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화성=전영한  기자
동탄 2신도시에서는 2010년 2월부터 주택 10만5000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신도시로 지정된 화성시 동탄면 영천리와 청계리 일대. 멀리 보이는 동탄 1신도시에서는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화성=전영한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을 위해 조성키로 한 ‘강남 대체 분당급 신도시’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1일 개발계획이 발표된 경기 화성시 동탄 2신도시(660만 평)는 정부의 공언대로 규모 면에서는 성남시 분당(594만 평)급 이상이다. 기존 동탄신도시(동탄 1신도시)를 합치면 933만 평의 매머드급 신도시다. 하지만 서울과의 접근성 등 실질적인 기능 면에서는 분당급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선 아닌 차선”

동탄 1신도시 동쪽에 들어서는 동탄 2신도시는 서울 양재에서 직선거리로 30km, 강북 도심에서는 40km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강남 대체 신도시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신도시 입지에 대해 “‘버블 세븐’을 대체할 수 있는 곳”(1월 12일) “강남권을 대체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1월 21일)라고 강조했던 만큼 이번 동탄 2신도시는 다소 의외라는 견해가 많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단순히 서울로부터의 거리만으로 이번 신도시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대체수요는 거리에 의한 대체성이 아닌, 기능에 의한 대체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강남지역과 가까운 거리에 단순히 출퇴근만을 위한 이른바 ‘베드(bed)타운’형보다는 ‘명품(名品)자족’형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대체수요 개념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강남 대체 신도시라는 초기의 구호가 경기도가 추진했던 명품 신도시로 탈바꿈한 셈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번 신도시는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라며 “서울 강남 수요를 흡수하기는 어렵고 분당신도시 등 서울 남부의 인구가 분산되는 부수적인 효과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동탄 정도라면 (서울로부터 거리가 멀어) 수도권 신도시인지 지방 도시인지 구분이 안 간다”며 “강남을 대체할 만한 주거지가 아니라는 신호를 주게 되면 서울 집값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난 해소 대안은 있나

정부는 이번 신도시 지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교통 대책 마련은 내년으로 미뤘다. 단, 고속도로와 전철 등 광역교통망을 기존 신도시 이상으로 구축해 수도권 중심부의 주거와 업무 기능을 분산한다는 큰 그림만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경부고속도로 확장, 국도 23호선 확장, 제2경부고속도로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지하철 분당선 연장이 주요 골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도는 앞으로 해마다 명품 신도시를 1개 이상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분당신도시, 용인시 죽전·동백·수지지구와 동탄 1신도시가 이미 입주했거나 입주하고 있고, 판교·광교신도시와 용인 흥덕지구 등 30여 곳의 미니 신도시도 조성되고 있어 교통대책이 신도시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탄 1신도시만 해도 당초 입주 시기에 맞춰 주요 도로 7곳을 개통키로 했지만 4곳만 완공됐으며 나머지 구간은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제2경부고속도로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도 이제 막 민자(民資)사업이 제안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동탄 2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든다면서 도로망은 모두 서울로 향하도록 계획 중이라는 점에서 아이로니컬하다는 반응도 있다.

○낮은 분양가…집값 안정 도움 될 듯

정부는 동탄 2신도시 내 주택을 평당 800만 원대에 공급할 계획이다. 주변 시세가 1200만∼16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싸게는 절반 값에 새집을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분양 물량도 10만5000채에 이르기 때문에 이 일대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가 싸게 공급되면 기존의 비싼 주택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분양가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기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연결짓기는 다소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분양가가 제한됐던 1980, 90년대에도 기존 집값은 계속 올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높은 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되지만 낮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낮추는 건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새 아파트 값이 주변 집값만큼 바로 오르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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