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공간 생각 바꾸니 돈 되는 공간”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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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현대백화점 미아점. 정기 휴무일을 맞아 백화점 전체가 문을 닫았지만 이벤트홀이 있는 10층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백화점 측은 성북구청과 함께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50∼70대 부부 다섯 쌍을 초청해 합동결혼식을 열어 주었다. 300평 규모의 이벤트홀은 평소 백화점 영업일에 고객을 초청해 영화 시사회, 연극, 뮤지컬 등 문화 공연을 열다가 휴무일엔 다른 매장과 마찬가지로 문을 닫았던 곳이다.

기업들이 쓸모없는 공간을 고객 서비스 공간이나 매출을 올리는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버려진 자투리 공간이 틈새 매장이나 고객들을 위한 편의 공간으로 변신한 사례가 적지 않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의 이정득 판매기획팀장은 “‘백화점=판매 장소’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백화점 시설을 공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다”며 “백화점 이미지 상승은 물론 장기적으로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투리 공간 활용하니 매출도 이미지도 쑥쑥

경기 수원시에 있는 편의점 GS25 수원서부점은 3월 말 점포 앞을 원목으로 된 테라스로 꾸몄다.

김만주 GS25 영업기획팀장은 “보통 편의점 앞은 파라솔 2개와 의자 정도만 놓는 등 공간 활용도가 낮은 편이었는데 시범적으로 테라스를 만들고 보니 매장 매출이 20% 늘었다”며 “앞으로 매장 앞 공간을 테라스로 개조한 점포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경백화점은 28일 충남 청양군 애경그룹 생산 공장의 주차장에 이동식 미니 백화점을 만들었다. 백화점에 가기 힘든 지방 계열사 직원들과 인근 읍면 주민들에게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차장을 판매 공간으로 활용했다.

서울시 용산구 아이파크백화점은 의류 매장 복도에 레드 카펫을 깔고 이동 통로를 패션 무대로 활용해 정기적으로 패션쇼를 열고 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2층 여성 의류 매장에는 핑크빛 소파와 테이블, 레이스로 된 커튼 등으로 꾸며진 ‘프린세스 룸(Princess Room)’이 들어서 있다.

직원들의 이동 통로로 사용되던 죽은 공간이 여성 고객들이 화장을 고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백화점 옥상에 잇달아 만들어지고 있는 ‘옥상공원’ 역시 죽은 공간이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GS스퀘어 경기 구리점은 최근 직원들의 흡연 장소와 창고로 쓰이던 9층 옥상을 테마파크로 개조했다. 백화점은 오후 8시 30분에 문을 닫지만 옥상공원은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과 쉼터로 오후 9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동구 현대백화점 천호점의 옥상공원에서는 친목회, 중소기업 창립기념식, 신상품 설명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아이파크백화점 옥상은 18홀 골프 코스의 퍼팅 홀을 축소해 만든 ‘펏펏골프’ 시설과 농구 등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이파크백화점의 김영민 홍보팀장은 “버려진 공간이라고 생각되던 옥상을 활용해 고객들을 위한 편익 휴식공간을 만들면 결과적으로 기업에 큰 이익”이라며 “고객들이 샤워 물줄기처럼 꼭대기 옥상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매출을 일으키는 ‘샤워효과’를 노린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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