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제단체 수장의 ‘소신 발언’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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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9회 한일 경제인회의’ 폐막식에서 한일 경제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한일 경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9회 한일 경제인회의’ 폐막식에서 한일 경제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한일 경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조석래 전경련 회장

“전경련 시장경제 중심돼야 빅3교체, 그 고민의 반영”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장경제 확산의 본거지 역할을 해야 해요. 이번 전경련 고위직 인사도 이런 고민을 거쳐 나왔습니다.”

12일과 1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롯데호텔에서는 ‘제39회 한일 경제인회의’가 열렸다. 한일 경제인회의 한국 측 위원장으로 참석한 조석래 신임 전경련 회장은 동행취재를 한 본보 기자가 11일 저녁 전격 발표된 상근 부회장-한국경제연구원장-전무 등 전경련 내 ‘빅 3’ 교체의 배경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조 회장은 ‘전경련의 개혁과 발전’을 강조했다. 그동안 위상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 온 전경련을 명실상부한 재계의 대표단체로 부활시키겠다는 의욕도 강했다.

―이번 고위직 인사가 시기와 내용 모두 파격적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떻게 하면 전경련을 발전시키고 시장경제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며칠 전 회장단 간담회를 거쳐 나온 고위직 인사도 전경련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전경련 발전을 위해서는 임기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김종석 홍익대 교수를 한경연 원장으로 영입하고 전경련 임원 중 나이가 젊은 이승철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셨는데….

“전경련은 시장경제를 잘해 보자고 존재하는 단체이고, 두 사람이 시장경제를 가장 잘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새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관료 출신일지, 민간 출신일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쎄. 관료 출신은 아닐 거예요. 일 잘하는 사람으로 찾고 있어요. 인사 문제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니 좀 더 기다려 주세요.”

재계로서는 청와대 및 정치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특히 올해처럼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는 더 그렇다.

―청와대와의 협력은 잘될 것 같습니까.

“청와대와 전경련 양쪽 모두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으니 관계 설정에 별 문제는 없을 거예요.”

―대선을 앞두고 전경련 차원에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계획은 있습니까.

“엄연히 법이 있는데 기업인들이 그 법을 따르면 되죠. 각자 알아서 안 주면 되지 전경련이 굳이 나설 게 없지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얼마 전 ‘전경련에서 대학평가를 해 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권 부총리가 대학의 수요자가 기업이니까 기업에서 대학평가를 해 달라고 합디다.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검토해 보겠다’고 했는데 아직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바빠서 제대로 논의를 못해 봤어요.”

조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은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그는 취임 후 회장단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명실상부한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바꿔 놓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이를 위해 정기 회장단 회의 때뿐만 아니라 수시로 각 기업 총수를 만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조 회장은 지난달 28일 권 부총리를 만나 “우리나라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달 20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통령에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좀 더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취임 후 행보에 대해 “일단 출발이 괜찮다”는 시각이 많다.

조 회장은 한일 경제인회의에 이어 15일 일본 도쿄(東京)로 가서 ‘한중일 30인 회의’에 참석한 뒤 조만간 신임 전경련 상근 부회장을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조 회장이 전경련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끝낸 뒤 ‘시장경제 확산과 규제 완화’라는 소신을 관철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부산=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한일 정상에 FTA촉구 서한 보내기로

한국과 일본의 재계 인사들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보내기로 했다.

▶본보 13일자 A2면 참조
韓-日 재계 “FTA 조기 체결해야”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3일 부산롯데호텔에서 막을 내린 ‘제39회 한일 경제인회의’ 폐회사를 통해 “이 행사에 참가한 양국 경제인들의 명의로 한일 FTA 체결을 촉구하는 편지를 두 나라 정상에게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일 경제인회의 한국위원장인 조 회장과 일본위원장인 이지마 히데타네(飯島英胤) 도레이 특별고문 등 두 나라 경제인들은 폐회식에서 ‘미래지향적 협력’ 등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두 나라 경제인들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반 조성과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한편 투자환경 개선과 무역장벽 제거에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12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 측 198명, 일본 측 109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인 307명의 양국 재계인사가 참가했다.

부산=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조직력 세계 최하위 노조 최강 분규로 고비용 자초”

“우리나라는 세계 최하위의 조직력을 가진 노조가 최강의 분규를 하면서 고비용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손경식(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경제인회 초청 조찬세미나 강연을 통해 노조와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손 회장은 이날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우리나라 강성 노조가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서 노동운동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과격성은 커졌고, 이는 외국인 투자 축소와 고비용 문제를 낳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그동안 노사관계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이며 이제는 무분별하고 지나친 파업으로 치닫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도 앞으로 법을 강력히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성장률은 최근 4%대로 정착되는 것처럼 보이고 저조한 투자로 성장잠재력도 약화되고 있다”며 “투자가 저조한 원인은 기업들이 투자할 새 사업을 찾기 어렵다는 점 외에 규제와 노동운동의 과격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규제 정도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 61개국 중 51위라며 기업들이 폭넓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 회장은 “대한상의가 창구가 돼서 규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더라”며 “한 가지 규제를 갖고 여러 정부 부처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이 평생직장 평생고용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세계 흐름에 역행해 노조와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여러 법을 마련하고 있어 대한상의가 기업의 의견을 많이 제출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선 “정부는 교육 평준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 평준화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 개방과 세계화 시대에서 어떻게든 창의력과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인재를 키워야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두뇌 유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한 교장을 만났더니 명함에 ‘최고경영자(CEO)’라고 적혀 있었다”며 “이제 교육도 사업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닥쳐올 개방화 세계화의 물결과 기술의 급격한 진보, 신흥국가군의 급속한 등장, 남북관계 변화 등 환경의 변화를 예상해 보면 앞으로 5, 6년 후가 걱정”이라면서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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