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현장에서/한국에 하이콘셉트 기업은 있는가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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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콘셉트(High Concept)의 시대다.”

세계적인 석학 대니얼 핑크는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가 지나고 하이콘셉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콘셉트란 예술성과 감성에 기반한 창조로 풀이됩니다. 그는 “하이콘셉트 시대엔 디자인 조화 공감 놀이 스토리 의미 등 여섯 가지를 갖춘 인재가 주목받는다”고 했지요. 그래서 논리적 사고를 맡는 좌뇌보다는 예술적 능력을 담당하는 우뇌가 점점 중요해진다고 합니다.

기자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LG CNS의 정보기술(IT) 콘퍼런스 ‘엔트루 월드 2007’에서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 박사의 언론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오마에 박사는 대표적인 하이콘셉트 기업으로 미국 애플사를 꼽았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은 애플의 창의적인 기술과 디자인에 열광합니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은 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65%를 점유할 정도지요.

올해 초 세계 최대의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는 애플의 새 휴대전화 ‘아이폰’이 자사의 인터넷 전화 브랜드와 똑같다며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시스코시스템즈는 한발 물러나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휴대전화 상품명을 사용하는 데 동의하고 분쟁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오마에 박사는 “아이폰 시판이 늦어지자 애플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시스코시스템즈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이콘셉트 기업은 이 정도로 막강한 힘과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기술력 차이가 점점 줄어들자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고객층을 꽉 잡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오마에 박사는 “한국 기업 가운데 하이콘셉트 기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머뭇거렸습니다.

그는 하이콘셉트 시대의 인재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열심히 듣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듣기 위해선 시험 볼 때 휴대전화로 구글을 검색하면서 커닝을 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마에 박사의 얘기는 수능때마다 휴대전화 커닝을 막으려고 씨름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커닝은 안 하더라도 옆 사람 얘기를 유심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 봅시다. 그 덕분에 오른쪽 뇌가 발달해 우리 가운데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신성미 경제부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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