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한미FTA 성공하려면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나라의 지도자가 다소 놀랐을 가능성이 많다. 미국이 일본 유럽 중국을 제쳐놓고 미주 지역 밖에서 처음으로 선택한 FTA 파트너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가 지난 몇 년 동안 껄끄러운 상태에 놓여 있었음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미국은 무슨 이유로 미주 지역 밖에서 제일 먼저 한국과 FTA를 체결하기로 결정했을까? 더욱이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 관리들은 한미 FTA에 부정적이었는데 왜 생각이 달라졌을까?

문제에 대한 답은 시간이 가면 알려지겠지만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한국과 미국이 FTA 파트너가 됨으로써 경제적 변동은 말할 것도 없고 동북아에 미치는 지정학적 임팩트가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될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에 관련된 국가는 앞으로 한미 FTA가 동북아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한국과 경제관계를 더욱 심화하는 동기를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미국에 대한 공개된 정보는 많지만, 미국 사람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새 경제동맹에 北-中-日 당혹

솔직하게 말해서 남한 사람도 반세기 이상 미국인들과 광범위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미국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기 힘든데,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완전히 봉쇄하고 고립 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 사람이 미국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북한이 자신의 벼랑 끝 외교 덕분에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고 생각했다면 이번에 한미 관계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사건을 보고 놀라는 데 그치지 말고 한미 경제동맹이 앞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둬야 한다.

다음으로 중국은 한미 FTA에 가장 관심이 큰 나라다. 한미 간 협상이 타결됐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중국의 고위 지도자들은 한중 양국의 FTA에 강렬한 관심을 나타내는 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동남아 경제를 중국 경제에 연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는데 동남아 지역은 화교들이 경제권을 장악한 나라가 많고 역사적 배경을 보아도 중국에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중국은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규모가 아주 작고 아직 경제발전 단계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지정학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중국의 권력층은 역시 일본과 한국이 결정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미국 정부가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데 대해서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빠른 속도로 갑자기 FTA 협상 성공을 발표했을 때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놀랐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한국 기업은 미국과의 FTA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관세 인하 등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반면 일본은 계속 FTA 특혜 없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과 경쟁하게 돼 점차 힘들어진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국회 비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게 된 것이 매우 잘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적지 않지만 대체로 반(反)FTA 세력은 협정으로 실이익의 손실을 강요당하는 계층(예를 들어 농민)과 구체적인 실이익이 아니라 이념적 이유로 반대하는 세력으로 구분된다. 전자하고는 협상과 대화가 가능하지만,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문제다.

FTA가 성공하려면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 만일 한국 국회가 비준에 동의했는데, 미국 의회가 거부해도 문제지만 역으로 한국 국회가 거부해도 중대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해 나가야 한다.

김경원 전 주미대사·고려대 석좌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