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엉덩이 사이즈 좀 보세요 가스통 넣을 자리가 있나요?”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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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경차 적용을 받게 될 기아차 ‘모닝’. 사진 제공 기아자동차
내년 1월부터 경차 적용을 받게 될 기아차 ‘모닝’. 사진 제공 기아자동차
GM대우 경차 ‘마티즈’. 사진 제공 GM대우
GM대우 경차 ‘마티즈’. 사진 제공 GM대우
경차의 이유 있는 항변…

정부 “LPG경차 허용” 업계 “현실적으로 생산 불가능”

‘LPG 경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습니다.’

산업자원부가 올해 안에 액화석유가스(LPG) 경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지난달 말 밝혔지만 정작 자동차 업체의 반응은 냉담하다.

자동차 업체들은 정부가 기술적 문제를 협의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차에 LPG를 허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산자부 측은 “이번 정책은 에너지 사용 합리화와 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마련됐지만 최근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돼 5월 초에 허용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경차에는 LPG를 담는 용기인 봄베를 넣을 공간이 없어 현실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하다.

봄베는 사고 때 폭발 위험성이 있어 승객 공간 및 외부 패널과 10cm 이상의 공간을 둬야 하지만 경차는 차체 공간이 너무 좁아 안전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택시 등 LPG 차량은 추돌사고 때 봄베가 부서지면서 폭발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트렁크 안쪽에 이를 배치해 차체 겉면과 20cm 이상의 간격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경차는 트렁크 공간이 거의 없는 해치백이어서 봄베를 트렁크에 넣을 경우 여유 공간이 거의 없다. 따라서 작은 추돌사고에도 봄베가 부서져 폭발할 위험성이 높다.

게다가 사고 때 봄베가 실내공간으로 밀려들어오면서 탑승자가 다칠 가능성도 크다.

GM대우자동차 관계자는 “도저히 안전기준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 현재 개발 중인 마티즈 후속 모델인 M300에 LPG를 적용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측도 “안전을 확보하려면 현재의 경차 기준으로는 불가능하고 소형차급으로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가격이 올라가 경차로서의 의미가 전혀 없어 모닝에 LPG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이처럼 LPG 경차를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적으로 불가(不可) 방침을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경차는 GM대우의 마티즈가 유일하며 내년 1월부터 경차의 배기량 기준이 현행 800cc 미만에서 1000cc 미만으로 높아지면 기아차의 모닝도 경차 적용을 받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만약 정부가 LPG 경차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출고된 차량에 대해서는 허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LPG 경차를 새로 설계를 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인데 안전장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기존 경차를 개조할 경우 ‘달리는 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LPG 차량 전문개조업체 대표 P 씨는 “현재 운행 중인 마티즈나 모닝을 LPG로 개조할 수는 있지만 작은 충돌사고에도 트렁크에 위치한 봄베가 깨지거나 제 위치를 이탈하면서 가스가 누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교통사고 때 차체 철판이 외부물체와 마찰되면서 불꽃이 튀기 때문에 곧바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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