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전문가 "윈윈게임, 체결만으로도 긍정효과"

  • 입력 2007년 4월 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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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31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협상 시작당시의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경쟁 촉진, 경쟁력 제고, 산업구조 고도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달 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 개방의 정도만을 비교해 협상 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대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정부가 피해 분야에 대해 철저한 보완책을 시행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도 효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 협상이 졸속으로 시작됐지만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김종훈 수석대표 등 우리 협상팀이 뚜렷한 전략을 세우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많은 부분을 개방했는데 '미국에 너무 많이 줬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협상 타결 이후에 손익에 포커스를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FTA의 잠재적 이익을 극대화시키는데 있다.

FTA는 기업들에 일종의 규제완화와 같다. 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100% 활용할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다만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이나 서비스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빠를 수록 좋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안된다. 피해 산업과 계층이 더 나은 부문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미 FTA 타결로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우리와의 FTA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한미 FTA를 이들 국가와의 협상 카드로 사용한다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중국과의 FTA는 저가 제품의 유입 등 중소기업과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 한미 FTA 체결은 참여정부의 유일한 치적이다.

넓어지는 시장을 잘 활용해 FTA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도 진행해야 한다. 농업의 구조조정 현황을 잘 봐야 한다. 국가만 믿고 있다 보니 변한 것이 없다. 피해가 생기는 산업에서 사람을 끄집어 내 다른 부문에서 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타결한 FTA를 뒤집기는 힘들다. 이제는 받아들이고 위험요소를 줄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FTA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많다. 미국이 지적재산권이나 신약 최저가 보장 등을 들고 나올 것을 충분히 예상했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했다.

동시다발적 FTA 체결은 부정적이다. 미국과의 FTA의 득실을 충분히 지켜본 뒤 이를 보완하는 데 우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FTA는 필요하다. 중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아우르면서 주도권을 쥐게 되고 동북아 허브도 가능해진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애초 기대의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실패도 아니다. FTA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목표에는 단기 교역 이익 뿐 아니라 개방을 통한 서비스 등 국내 산업의 고도화 같은 것도 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에서 초점이 왜곡돼 논란이 있었다.

또 협상 후반부에 타결 못한 부분만 부각돼 `퍼주기 논란'이 있었다. 모든 부분을 감안하면 미국에 다 주기만 했다는 평가는 무리하다. FTA는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win-win) 게임이다.

또 산업구조의 개선이나 선진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타결 이후에 이뤄지는 국내 규제, 역차별적 규제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들은 시장변화를 예측하고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전략이 필요하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국내 반대 세력, 정부 내 의견 조율 미흡 등을 감안하면 협상단이 열심히 했다. 하지만 국민설득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진행한 점은 아쉽다.

교육이나 의료 등 핵심 부분이 빠졌다. 이로 인해 당장 피해는 줄일 수 있지만 애초 목표했던 이익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것은 이번 협상을 통해 우리 경제 주체들에게 개방이 대세라는 신호를 충분히 준 점이다.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융자나 폐업지원 등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금융보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컨설팅, 지식 기술이전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내수 기업들은 기술이나 자본이 약하면 미국 자본과의 제휴 등을 통해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생산규모에 경쟁력이 없으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 =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한미 FTA 타결로 제조업의 수출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제조업 관세가 높지 않아 큰 혜택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다른 경쟁국에 비해 미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농업 등 미국보다 경쟁력이 뒤지는 부분에서 피해가 불가피하고 기대를 모았던 서비스업 분야도 예상만큼의 대폭적인 개방이 이뤄지지 않겠지만 각종 제도 개선, 글로벌 스탠더드 확산 등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한미 FTA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이런 부분에서 나온 이익을 피해 분야에 대한 지원과 양극화 심화 방지에 활용해야 한다.

한미 FTA가 얼마만큼의 이득을 줄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대응에 달려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교육, 의료, 회계 등 서비스의 큰 분야들이 논의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성과가 없어 아쉬운 면이 있다.

양국의 수치적 득실 만 따진다면 불평등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많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개방을 통한 경쟁 확산, 경제체질 및 산업구조 개편, 경쟁력 향상이 진정한 목표라는 것을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

한미 FTA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규제를 개혁해야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경제 전체의 수출은 1980년대 중반에 비해 3배 정도 늘어났지만 외국인 직접투자는 14배 정도 증가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효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에 기대거나 현실에 안주할 수는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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